[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 신한은행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권고안을 불수용한 반면 라임자산운용의 CI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는 선보상에 나서는 등 엇갈린 결정을 내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한은행 내외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철저히 ‘법적 책임’의 테두리 안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5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키코 사태 배상권고안과 라임자산운용의 CI무역금융펀드 보상안을 논의했다. 이사회는 논의 끝에 키코 조정안은 불수용, 라임자산운용의 CI무역금융펀드 가입자들에게는 펀드 가입금액의 50%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먼저 신한은행은 금감원의 키코 배상권고안에 대해 “4개 기업에 대한 배상권고는 수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 중 금감원이 자율조정 합의를 권고한 추가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협의체 참가를 통해 적정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라임 CI무역금융펀드 50% 선보상 결정에 대해서는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자산 편입으로 발생한 투자상품 손실에 대해 판매사가 자산회수 전에 먼저 투자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대내외에서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선제적인 고객보호를 위해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뜻을 모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내외부에서는 두 가지 소비자 피해 사례를 두고 서로 다른 결정이 나온 원인이 ‘배임’ 우려에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2007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팔린 키코의 경우 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이 넘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시효가 지났다. 따라서 신한은행이 배상에 나설 경우 이를 결정한 이사회 이사들이 배임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기에 놓인다.
금감원이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는 경우 뒤늦게 배상해도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신한은행 이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체적인 검토결과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배상권고를 거부하면서 “복수 법무법인의 의견을 참고했다”며 이러한 고민을 드러냈다.
라임 CI무역금융펀드에 대한 선보상 방안이 결정될 수 있었던 것도 배임 우려를 상당부분 해소했기 때문이다. 판매사인 신한은행의 잘 못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선보상에 나설 경우 이 역시 배임에 해당 할 수 있다. 하지만 선보상 방안의 경우 가입금액의 50%를 고객들에게 먼저 지급한 후 펀드 자산회수와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사후 정산을 거친다는 조건이 달리면서 배임 우려가 상당히 해소됐다.
결국 신한은행의 이번 결정이 이사들의 배임 우려에 따라 갈렸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배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사들이 직접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이사들이 배임문제에 굉장히 민감해 한다”며 “그래서 피해보상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의 키코 배상권고안 거부에 대해 키코 피해기업들의 모임인 키코 공대위는 “더 이상 은행으로서 존재 가치를 잃어 버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한은행의 부당한 행위에 침묵하지 않고 더 길고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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