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COPD 등 폐기관지질환을 고치는 향나무. 침향(沈香)
#글// 김남선 영동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 박사)
침향은 사향, 정향 등과 더불어 세계 3대 향료로 꼽히는 약물이다. 우리나라엔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서 들어왔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록에 따르면 유구왕국도 이 무역통로로 침향을 구해다 썼다. 유구왕국은 지금의 일본 최남단 섬인 오키나와 지역 고대국가를 일컫는다. 이 나라에선 침향을 폐병 치료 약이나 향료로 많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침향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팥꽃나무과에 속하는 나무 에서 분비된 ‘수지’가 침착되어 굳어진 부분을 가리킨다. 이 수지로 인해 나무의 비중이 높아져 물에 가라앉고, 태우면 특유의 그윽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시원한 향이 나기 때문에 ‘침향’으로 불리게 됐다.
수지란 나무가 상처를 입었을 때 각종 병원균의 감염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액체 물질로, 사람으로 치면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침향은 자연산과 인공양식이 있다. 기원 종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자연산 침향은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며 구하기도 힘들다. 애초에 나무에 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상처 부위에 모인 수지가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응결된 귀한 덩어리가 바로 자연산 침향이어서다.
그래서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서는 침향을 손쉽게 얻기 위해 인공적으로 나무에 상처를 내고 수지 분비를 촉진시키거나 침향나무를 벌채하여 땅 속에 묻어 수지가 없는 부분을 제거하고 수지가 많은 부분만 채취했다. 이른바 인공양식 침향이 나돌게 된 역사적 배경이다. 이렇게 대량 생산된 침향은 값도 싸서 구하기도 쉬운 편이다.
결국 침향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시장에서 품질이나 무게,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클 수밖에 없게 돼 있는 구조다.
침향을 항암효과가 있는 쿠쿠르비타신, 항상화물질인 베타-셀리넨, 신경안정 효과가 있는 델타-구아이엔,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알파-불레젠 등의 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뇌출혈과 심근경색 예방과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침향은 풍수(風水)나 독종을 낫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며 냉풍으로 마비된 것, 토사곽란, 쥐가 나는 것을 낫게 한다고 한다. ‘풍수와 독종’은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기와 염증 질환을 말한다.
침향(沈香)은 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내려주며 신장을 따뜻하게 하여 양기를 보하는 효능이 있다. 필자는 임상에서 폐질환과 심장 질환에 이 침향을 활용하여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폐섬유화증, 폐기종 등 난치성 폐질환 환자에게 침향과 사향을 첨가한 복합한약을 처방해 심폐기능을 크게 향상시켜준 경험이 많다.
침향은 사용 시 체질에 따라 잘 써여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침향은 단독 처방의 경우 소음인에게 좋은 약이다. 그러나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침향을 약용으로 쓰고자 할 때는 반드시 한의원을 방문하여 한의사와 상담한 후 복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침향은 복용 전에 시향, 촉미, 조우의 과정을 거치는데 시향은 침향의 향을 취학, 촉미는 혀로 그 맛을 음미하고, 조우는 침향을 몸으로 맞이하여 질병을 치유한다는 뜻이다. 세계 멸종위기 동식물 보호에 관한 교토의정서에 따라 진품 사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침향을 사향 대용으로 쓰기도 할 정도다.
침향은 향에 의해 질병을 치료하는데 호흡기 치료의 대표적인 약이다. 코 질환, 기관지 천식, COPD 등의 폐약이 되고 심장, 혈관 콩팥을 다스린다. 필자는 한약 처방 시 이 침향을 첨가해 심폐기능 항진효과를 높여주고 있다. 침향 외에도 공진단과 우황청심원과 같은 고가 한약을 복합 처방해 폐질환은 물론 심장병인 심근경색, 협심증, 부정맥 개선효과를 높인 '김씨 공心단'이 대표적이다.
침향을 심폐기능 강화용 약재로 사용할 때는 가급적 진품을 쓰는 것이 좋다. 복합제라도 반드시 전문 한의사와 상담한 후 사용하는 것이 좋은 이유다. 좋은 약재로 만든 복합한약은 기침, 담,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 심폐질환을 없애 심폐기능을 강화시켜주고 폐면역과 폐포재생을 촉진, 폐기능도 향상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