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의 밑바탕에 노동자나 근로자가 아닌 노조를 위하는 마음이 깔렸다는 비판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몇몇 노동자들과 노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본 바에 따르면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도 노조도 존중하는 정책이 아니라는 심증이 굳어진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조 혹은 노동자를 지원하는 척 겉으로만 그럴듯한 정책을 내놓으며 표를 움직이려는 정치적 목적만을 담고 있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지난 4년, 노동환경이나 노조활동이 좋아진 게 있는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노동부장관을 지낸 김대환 전 장관이 지난 18일 한국경제연구원 좌담회에서 “현 정부가 말하는 노동 존중의 실체는 노동이나 노동자가 아닌 노조 존중 같다”고 했지만, 이 노조원은 “한국노총만 좋아졌을까? 노조 존중도 사실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노동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노동자들의 해고나 실업, 생계에 대한 위협은 늘어나고, 복수노조 혹은 단일노조여도 발언권이 약한 소수노조들은 여전히 핍박받고 있으며, 정부여당은 사실을 알고도 수수방관하거나 기업을 우대하고 있다는 한탄도 쏟아냈다.
이 노조원은 “박근혜 정부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박 정권의 노동핍박정책을 말만 바꿔 계승하고 있다. 노동을 존중한다며 법안을 내놨지만 노동자는 여전히 비정규직이거나 자회사로 내몰리고, 생명은 위협받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심지어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인해 고용안정성은 더욱 위태로워지고 생계마저 흔들리는 지경”이라며 “노조는 코로나 시국에 전태일의 정신을 잊지 말아달라며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삭발을 단행하고 있다. 이게 노동존중, 노조존중인가”라고 외쳤다.
문제는 이 같은 비난이 최근 쏟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9년에도, 2018년에도 노조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은 거듭 제기됐다. 노동자연대는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을 표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촛불 정부답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듣기 좋은 말로 포장된 실체가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1만원과 같은 핵심 약속과 정책들을 두고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거나 “공공부문 저임금 직군을 탄생시키고 일자리 대통령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방관한다”고 꼬집었다.
한 노동가는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을 뿐 노동을 존중하는 정부가 아니다. 오히려 노동관계법 개악으로 경영권을 강화해주는 등 실질적 노동존중의 모습은 없는데 무슨 노조존중을 말할 수 있나. 존중받는 노조들은 왜 반발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52시간제 등으로 대변되는 노동정책에 관해 “한마디로 아쉽다. 우리 경제와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정치적으로 접근해 혼란과 불안정을 야기한다”고 우려를 표한 점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다만 김 전 장관이 ‘노조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에 따른 노조법 개정도 현 정부에서는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활동을 지원한 전임자 급여지급 등에 대한 ‘노조존중’ 규정들도 답보상태다.
그럼에도 정부는 변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고(故) 전태일 열사에게 최고훈장인 무궁화 훈장을 추서하며 “노동존중사회로 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라면서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발걸음은 더디다”고 한 말이 반성을 담은 표현의 사실상 전부다. 이에 노동자들은 지금도 국회로, 청와대로, 노동현장 앞 마당으로 투쟁의 깃발을 들고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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