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집회 두고 ‘살인’이라던 靑, 전태일집회엔 ‘침묵’

광복절집회 두고 ‘살인’이라던 靑, 전태일집회엔 ‘침묵’

사실상 3차 유행 시작… 정부 방역·대응 두고 ‘이중잣대’ 비난 제기돼

기사승인 2020-11-20 14:49:46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념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전국 각지에서 100명 미만 단위로 진행했다. 사진은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국내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의 3차 유행이 시작됐으며 그 범위가 지난 8월 2차 유행 당시보다 클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실제 20일 현재까지 소규모 집단감염이 전국단위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사흘째 전국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300명대를 넘어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주말 전국 각지에서 100명 전후의 집회가 진행돼 잠복기를 고려하면 추후 확산세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감염전문가들은 집회를 금지시켰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역당국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14일 온라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주말에 대규모 집회가 계획돼 있는데 현재 지역사회에서는 산발적인 감염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회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일일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가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직은 우리 방역체계 안에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보지만, 더 큰 확산으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며 “집회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은 더욱 중요하다”고 재고를 요청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집회 이후 청와대는 침묵을 택했다. 집회가 강행된 후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집회 전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집회자제를 요구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더구나 지난 4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광화문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8·15 광복절집회 주동자들을 두고 “살인자”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 것과는 배치된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태일집회의 금지여부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오히려 서울시는 코로나19 3차 유행의 원인을 8·15 광복절집회라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19일 신규확진자가 78일만에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을 두고 “확진자들의 GPS를 분석한 결과 핼러윈데이나 지난 주말 도심 집회와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지난 8월 광복절 집회와 관련된 집단감염의 영향”이라고 했다.

광복절집회 당시 확진자 수가 많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상당한 잔존감염을 일으켰고, 소규모 다발성 집단감염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방역당국은 19일 오후 브리핑에서 “민주노총과 관련된 집단발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분석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반응에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 강한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정부가 스스로 한심한 엇박자 정책을 펼치면서 방역 위기를 초래했다”며 정부가 숙박권 등 1000만명분 소비쿠폰을 지급한 것이나 민주노총의 집회를 막지 않은 점 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송파병당협위원장)도 19일 서울시의 브리핑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광복절 집회 참가자가 살인자라더니, 이제 광복절 집회가 세 자릿수 확진의 원흉이라고 한다”면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세 달이나 지난 세 자릿수 확진의 원인이라니, 과학의 자리에 정치가 자리 잡은 것이냐”고 방역당국이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집회의 성격, 목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방역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전염될 수 있다. 규정을 최대한 지킨다고 하지만 전파의 우려를 지울 순 없다”면서 오락가락한 방역정책의 문제를 꼬집은 한 통신사의 기사에서 전태일집회로 인한 집단감염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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