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등 행정부처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거부해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른바 ‘구하라법(공무원연금법·민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일단 첫발은 내딛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서영교)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구하라법 중 일부인 공무원연급법과 공무원재해보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전북판 구하라’로 불린 고(故) 강한얼 소방관 사건의 후속조치다.
혈육이라는 이유로 양육의 책임의무를 이행하지 않고도 공무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자녀의 사망에 따른 급여를 전부 또는 일부를 수급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공무원연금법 등을 개정해 수급권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구하라법’ 중 일부다.
이와 관련 20대 국회부터 구하라법 통과를 추진해 온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최근 이혼율 증가와 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나타나며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반드시 법이 개정돼 도리에 맞는 상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개정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구하라법이 통과되기까지는 험난한 마지막 관문이 기다리고 있어 통과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행안위에서 통과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구하라법을 구성하는 ‘민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의결과정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법무부 등은 구하라법에서 정하고 있는 ‘부양의무를 게을리 한 자’라는 문구가 판단기준을 정하기에 모호하다는 등을 이유로 여전히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나 신중한 검토’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부양의무와 관련 ‘현저한’이라는 문구는 이미 민법뿐 아니라 대부분의 법률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법조문 등의 합리적 해석을 통해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정립될 수 있다”면서 구하라법을 통과시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구현해야한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윤석희 여성변호사회 회장도 지난 10일 서 위원장 등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모로서 기본적인 부양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은 자가 단지 혈연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한 없이 재산을 상속받는 것은 정의와 인륜에 반하는 것”이라며 법질서와 사회정의를 위한 국회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구하라법은 20대 국회 말미인 지난 3월, 故구하라 씨의 친오빠인 구호인씨가 국회의 국민동의 청원을 청구해 10만명을 넘는 동의를 받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접수됐다. 하지만 법사위가 계속심사를 결정한 후 논의되지 않았고,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며 자동폐기됐다.
이후 서 위원장이 법안을 재발의해 21대에서 다시 논의될 기회가 주어진 상태다. 다만 행안위 전문위원 등의 의견에 따르면 공무원연금법만의 개정으로는 법률 간의 정합성 등에 문제가 있어 공무원재해법, 민법 상 상속법 등의 추가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상황이다.
oz@kukinews.com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