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랑종’에서 밍(나릴야 군몽콘켓)은 대를 이어 조상신을 물려받는 가문 한복판에 있다. 친구들과 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인력 사무소로 출근하는 20대 여성의 평범한 일상은 어느 순간 급격히 무너진다. 무당이 되기 싫어 두려움에 떠는 밍을 바라보는 심경은 복잡하다. 이상 증세가 걱정되면서도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길 기대한다. 극복해야 할 운명보다 괴롭힘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관객의 작은 바람을 모두 무너뜨리고 짓밟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에서 밍은 악화되는 극 중 상황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후반부에 이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밍을 연기한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의 건강을 걱정하는 반응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20일 진행된 나릴야 군몽콘켓과의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도 어김없이 배우의 건강 상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웃으며 “당연히 건강하다”고 답했다.
“밍 캐릭터가 쉬운 역할은 아니었어요. 굉장히 어려웠지만, 제가 연기를 잘할 수 있도록 안무가 박재인 선생님과 반종 감독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제 연기로 영화에 공포 분위기를 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분위기는 무섭지만, 촬영장은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어요. 감독님에게도 여러 번 말씀드린 것처럼 인생에 좋은 경험,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랑종’ 제작진은 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그래야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영화 속 리얼리티가 살아날 거라 믿었다. 특히 밍 역할은 오디션도 다섯 번이나 볼 정도로 공을 들였다. 나릴야 군몽콘켓은 오디션에 임하면서 도전 정신이 생겼다고 했다.
“처음 오디션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기뻤습니다. 제 연기자로서 도전 정신에 불을 붙였어요. 오디션에 참가하면서 꼭 내가 밍 역할에 캐스팅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캐스팅 된 후에는 촬영에 앞서 많은 숙제를 했어요. 밍처럼 말하고 걷고 서있기 위해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후반부엔 밍의 이상 증상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많은 숙제를 했어요. 박재인 안무가도 영상으로 도움을 주셨고 나홍진 감독님과도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실제 같은 연기를 위해 레퍼런스를 많이 주셨고 저도 영상을 보면서 숙지하려고 했습니다.”
2000년생으로 올해 만 21세가 된 나릴야 군몽콘켓은 14세 때부터 CF 배우로 활동했다. 어린 나이에도 힘든 일보다 행복하고 재밌는 일로 생각했다.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를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행복한 일이란 확신을 느꼈다. 그런 그에게 첫 주연작이자 한국과 태국의 합작 영화인 ‘랑종’의 의미는 특별했다.
“영화 주연은 ‘랑종’이 처음이에요. 태국뿐 아니라 세계에 소개되는 영화에 출연한 것도 처음이고요. 제 인생에 있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생각을 ‘랑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내내 가슴속에 담고 있었어요. 제가 지금 하는 연기가 세계에 많은 사람들이 볼 거란 생각도 했어요. 물론 긴장감과 압박감도 느꼈지만 스트레스보다는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친절한 분위기에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거든요. 연기자로서 실력을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나릴야 군몽콘켓은 “한국의 좋은 팀과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평생 잊지 못할 일이 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영화가 먼저 공개된 한국에서의 반응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SNS에 찾아오는 한국 팬을 위해 한글 공부도 시작했다.
“제 개인 SNS에 한국 관객들이 좋은 글을 많이 남겨줘서 항상 확인하고 있어요. 한글로 많은 격려 메시지를 남겨주고 계세요. 한글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기초 단계라 의미는 몰라도 읽고 쓸 수 있는 정도입니다. 번역기로 댓글이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남기고 있어요. 또 한국 포털 사이트에 ‘랑종’을 입력해서 검색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이상의 반응이라서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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