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신전’의 어두운 정서를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전달하는 건 김 감독의 가장 큰 숙제였다.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있는 시즌 1, 2와 달리 ‘아신전’은 아신이 가진 한(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의 분위기와 전개의 당위성을 시청자에게 설득시켜야 했다.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만고의 준비를 거쳤다. 극의 배경인 북방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자 제주도와 새만금 등 적절한 장소를 물색했고, 의상부터 미술까지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김 감독은 고증을 거쳐 상상력을 가미한 새로운 ‘킹덤’을 열어젖혔다.
“김은희 작가와 5년 가까이 ‘킹덤’을 만들다 보니 지향점이 같아졌어요. 함께 ‘킹덤’ 세계관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나온 게 ‘아신전’이에요. 시즌 3의 초석이면서도 스페셜 에피소드로서 완성도를 높이고자 더욱 노력했죠. 북방을 무대로 새 이야기를 보여드리는 만큼 실제처럼 느껴져야 설득력이 생길 것으로 판단했어요. 여러 준비를 거친, 도전의 연속이었던 작업이에요.”
노력은 인상적인 결과물로 나타났다. 호랑이 시점으로 담긴 박진감 가득한 화면과, 아신이 아역(김시아)에서 성인(전지현)으로 전환되는 연출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감독이 특히 총력을 기울인 건 마지막 시퀀스다. 아신의 상상 속 행복했던 과거와 황폐해진 현재가 겹쳐지는 장면은 그가 꼽은 ‘아신전’의 백미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충격을 받았던 장면이에요. 대본을 읽으며 제가 느꼈던 끔찍함과 충격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싶었죠. 아신이 가족들에게 첫 끼를 대접하는 마음처럼 공들여 만들었어요. ‘킹덤’ 고유한 분위기에 ‘아신전’이 새로 도입한 슬픔과 한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라 생각해요.”
베일에 싸인 아신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김 감독은 그의 서사를 담아내는 데에도 집중했다. 아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 김시아는 4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절제된 슬픔을 표현하는 연기에 감탄했다”며 김시아를 극찬하던 감독은 이내 전지현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전지현에 대해 “화면에 작게만 잡혀도 존재감이 남달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신의 감정선에 동화되려면 아역 분량이 길 수밖에 없었어요. 그걸 김시아가 잘 해줬고요. 전지현은 감탄의 연속이었어요. 김은희 작가가 아신을 만들 때부터 전지현을 떠올렸다는 게 이해되더라고요. 성인 아신은 대사도 적어서 무언극에 가까운데, 내리깐 눈동자와 느릿한 몸짓만으로도 아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표현해냈어요. 훌륭하다는 생각만 들었죠.”
‘아신전’을 성공리에 선보인 지금, 시즌 3에 대한 갈망 역시 커지고 있다. 시즌 3 이야기가 나오자 감독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김은희 작가와 재미있으면서도 성숙한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하던 그는 ‘아신전’과 본편 사이에 10년 간극이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시즌 1에서 지율헌의 굶주린 하층민들로부터 생사역(좀비)이 발화됐는데, ‘아신전’에서도 변방에 살던 하층민으로부터 모든 일이 시작돼요. 서사가 쌓인 만큼 갈등 구조는 더 단단해졌죠. 10년이 지나도 아신이 가진 분노는 절대 사그라지지 않을 거예요. 시즌 3가 제작된다면 조선을 지키려는 세자 이창(주지훈)과 이를 파괴하려는 아신의 충돌이 담기지 않을까요? 저 역시도 기대되고 또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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