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오뚜기에 이어 농심도 라면 가격을 올렸다. 국내 라면 3대장 멤버 삼양식품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라면 가격 인상이 식품업계가 판가 인상 전략 전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이달 16일 라면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다. 농심 라면 가격 인상은 지난 2016년 12월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주요 상품별 가격 인상률을 살펴보면 ▲신라면 7.6% ▲안성탕면 6.1% ▲육개장사발면 4.4% 등이다.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67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은 약 736원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면값 인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5일 오뚜기는 이달 1일부터 라면값을 인상하겠다고 설명했다. 오뚜기 라면 가격 인상은 13년만이었다.
잇단 라면 가격 인상에 삼양식품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재료 값 인상으로 라면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 논의해왔지만 정확한 인상 시기를 정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라면업계는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FIS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2017년 5월 1t당 158달러(우리 돈 약 17만6700원)에서 지난 6월 260달러(29만760원)으로 상승했다. 4년 만에 100달러 가량 올랐다.
같은달 라면 원재료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팜유는 최고치를 찍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기준 팜유 선물 가격이 이달 초 톤당 961달러를 기록, 2011년 8월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원재료 가격 인상에도 수 년간 라면업계가 부담을 떠 앉았던 이유는 소비자 반발 이유가 크다. 라면은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라면값 인상에 대한 여론은 예민하다. 오뚜기 라면 가격 인상 이후 실제 소비자 단체 지적도 있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내고 "원재료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꿈쩍도 않다가 평년보다 상승하는 시기를 틈타 소비자 가격을 올려버리는 기업들의 행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뚜기 가격 인상이 라면 제조업체들의 연쇄적 가격 인상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면값 인상에 소비자 단체가 기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있다. 라면 가격은 정부에서도 라면 가격 인상을 물가 안정의 기초로 삼을 만큼 식품업계에서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라면업계 인상이 식품업계 판가 인상 전략을 유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뚜기의 라면 가격 인상은 전반적인 식료품 물가 상승 측면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뚜기는 전통적으로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바탕으로 국내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을 해왔던 업체다. 이번 가격 인상을 분기점으로 주요 음식료 업체들이 곡물을 비롯한 주요 원재료 단가 상승 부담을 판가 인상으로 전개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향후 핵심 4대 소재식품(전분당·밀가루·유지·설탕)의 가격인상 강도가 심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가공식품의 추가 가격인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유통 전문가도 라면 가격 인상이 식품업계 가격 인상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라면 가격 인상은 식품업계 가격 인상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져왔다”며 “라면이 간식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비상식량 등으로 저소득층에서 라면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라면가격 인상에 식품업계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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