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미국 맥도날드 매장 크루 출신이라고 말한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척만 했습니다.”
유효 기간 스티커를 갈아 폐기해야 할 식자재를 부당하게 사용한 한국맥도날드를 두고 시민단체가 다시 뿔났다. 스티커 갈이 책임을 최하위 노동자인 아르바이트생(알바)에게만 묻고 논란을 무마하려 한 행태가 대표적인 ‘꼬리자르기’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5일 오전 11시 한국맥도날드 본사가 있는 서울시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 박창진 정의당 부대표가 만났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민생경제연구소,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단체 관계자도 모여 ‘버려야 할 식자재로 불량 버거 만든 맥도날드는 알바를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라는 내용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문 본사 대응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유효기간 수정은 알바 노동자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지시한 책임 당사자는 따로 있는데, 노동자를 범죄자로 낙인찍은 건 맥도날드였다. 범죄의 당사자가 범죄를 떠넘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매장에서 유효기간 스티커를 교체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해당 매장 알바생은 맥도날드 본사 인사위원회에서 3개월 정직의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맥도날드가 유사 사례 방지라고 내세운 대책도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신 대표는 “알바 노동자에게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배달하는 라이더 출입을 막겠다고 맥도날드는 방안을 내놓았다”며 “맥도날드는 안전한 식품을 판매할 사업자로서 의무를 지고 노동자에 대한 징계 취소와 공익 신고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라고 촉구했다.
다음 발언 주자는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 피해자였던 박창진 정의당 부대표였다. 그는 경영진이나 책임자가 아닌 노동자가 처벌받는 기이한 일이 국내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비판했다. 박 부대표는 “기업이 저지른 위법을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도 막강한 자본을 가진 기업들의 갑질 행위”라면서 “국민권익위로 공익접수된 이번 맥도날드건만은 이전과 다른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실천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바생만 징계한 것은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을 감안할 때 부당징계라고 노무사는 평가했다. 박 부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이어받은 홍종기 노무법인 삶 대표 노무사는 “스티커 갈이 문제는 수익성 및 재고관리 문제 때문에 이뤄지는 것인데, 최하급 직원인 해당 크루에게는 이에 대한 책임이나 권한이 전혀 없다”며 “당사자가 독자적으로 실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홍 노무사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최하급 직원이 아닌 이를 지시한 점장, 관리자를 징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직원 핸드폰 사용 금지 조치도 문제 소지가 있다고 홍 노무사는 짚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직원의 핸드폰 소지를 금지하는 이유는 영업비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조치”라면서 “햄버거 제작 과정에서는 보호할만한 영업미밀이 없다. 휴대폰 소지 금지로 보안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4일 한국맥도날드는 유효 기간이 지나 버려야 할 식자재를 사용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내부 조사 결과 특정 매장에서 유효기간 지난 스티커를 재출력해 부착한 경우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 내부 규정에 따라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맥도날드 공식 입장 발표는 지난 3일 KBS의 ‘맥도날드, 유효기간 지난 폐기 대상 햄버거 빵·또띠야 사용’ 보도에 따른 것이다. KBS는 공익신고자 제보를 인용해 서울의 한 맥도날드 점포 주방에서 유효 기간이 지난 재료를 버리지 않고 ‘스티커 갈이’를 해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공익신고를 접수한 국민권익위는 관련 내용 심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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