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더해지면서 혈액 부족사태도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24일 ‘헌혈자와 수혈자 중심 헌혈증진 개선방안 토론회’를 통해 지속되는 헌혈 감소세에 대해 헌혈자·수혈자 중심의 헌혈증진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날 ‘우리나라 혈액 부족 원인과 헌혈자·수혈자 중심의 헌혈증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저출산·고령화로 혈액이 부족한 건 시대적 상황이다. 수능 수험생도 20년 전보다 3배 감소했다. 헌혈실적도 2015년 300만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2020년 260만건을 조금 넘겼다. 혈액이 부족하니 수혈환자는 계속 위험에 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혈액 부족의 원인으로 저출산·고령화 외에도 △헌혈·수혈에 대한 잘못된 인식 △운영시간 제약 △헌혈 증진활동 역량 부족 △대가성 헌혈기념품 증정 △헌혈공가제 비활성화 △비수도권 도시 헌혈 기회 부재 △헌혈교육 투자 미흡 △헌혈자에 대한 격려 활동 부족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그중에서도 헌혈자를 위해 헌혈의집, 헌혈카페의 운영시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일과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됐고, 점심시간 1시간 동안 헌혈을 할 수 없었는데 10월1일 이후 정부와 보건의료노조간 노정합의로 주말과 공휴일 운영시간이 2시간 단축됐다. 안 대표는 “직장인들이 평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헌혈하기 쉽지 않다. 또 점심시간에도 문을 닫는다. 헌혈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평일 여건이 안 좋은 만큼 주말에라도 받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시간이 줄었다. 종사자, 간호사들의 노동강도가 문제되는데 혈액 수가 조정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시간을 줄이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혈의집과 헌혈카페에 채혈 간소하만 있다보니 채혈하는 장소라는 인식만 있다. 장기를 기증하는 곳인 만큼 헌혈참여자를 격려, 칭찬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헌혈을 증진하는 전문인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헌혈참여자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헌혈의집을 방문하면 헌혈에 대한 교육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념품도 자발적 순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헌혈카페나 버스에 기념품 1+1이라고 써 있기도 하다. 이러한 것을 다회 헌혈자가 보면 불편하게 생각한다. 1+1 때문에 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며 “자발적이고 순수하게 헌혈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헌혈기념품 문화 조성에 힘써야 한다. 헌혈을 하면 환자를 살릴 수 있고, 헌혈기부권을 기념품으로 선택하면 기부도 가능하다. 또 사회봉사참여 시간까지 주면서 1석3조의 사회봉사참여인식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문화를 조성해달라”고 당부했다.
임영애 아주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혈액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올 한 해가 혈액수급이 가장 어려웠던 해”라며 “기존 헌혈 홍보에 탈피해 새로운 헌혈 문화가 필요하다. 예기치 못한 재난, 신종감염병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이미 2~3년 전부터 혈액부족사태는 예견됐다. 혈액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헌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은 데 이를 정부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인식 개선 운동을 해야 한다. 또 국가에서 공식 헌혈자모임을 형성해 이들에 대한 관리, 예우했으면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헌혈증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경순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제안에 감사하다”며 “헌혈을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신뢰 기반으로 튼튼한 참여 문화가 있어야 한다. 평시와 위기 시로 나눠 맞춤 대응에 나서겠다. 헌혈에 대한 교육 홍보, 인프라 개선에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