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건설업종의 주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이 남아있어서다. 게다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윤석열 정부도 규제 완화를 망설이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RX 건설 지수(주식시장 상장된 17개 건설 종목)가 6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 1월 585.43까지 떨어졌던 KRX 지수가 윤석열 대통령 후보 당선 이후 3월 710.09까지 올랐다. 하지만 KRX지수는 이후 다시 하락세를 돌아서며 현재(5월 6일 기준) 600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새 정부의 공급 확대 공약의 기대감이 수그러져서다.
건설업계 회복세에 적신호를 보내는 이유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택 담보 대출 난항 등이 꼽히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주요 건자재 가운데 하나인 시멘트 생산 공정에 필요한 유연탄 가격이 4월 말 기준 지난해 대비 1.25배 증가, 국내 유연탄 수입국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호주산의 가격은 5배 증가했다. 시멘트 업계의 경우 호주산보다 저렴한 러시아산에 대한 의존도가 71.5%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 차질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가 생겨 물량 확보에 차질이 생겼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자재 가격 인상으로 재정적인 부담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0.25%씩 벌써 네 차례나 인상된 기준금리는 향후 다시 오를 가능성도 크다. 수주를 우선으로 하고 이후 돈을 받는 건설사의 특성상 부채비율이 다른 산업보다 높은데, 이러한 금리 인상은 건설사의 빚을 증가시키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주택 담보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분양을 포기한다던가 미분양이 날 수 있는 간접적인 영향이 있다”라며 “분양 시장이 침체되어 건설사들이 예의 주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최근 분양이 가뭄에 콩 나듯이 나고 있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될 때까지 시행사들이 착공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업계와 지수에 대해 “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률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자재 가격에 대한 부담은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새 정부의 부동산 완화에 대한 윤곽이 잡히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까지 위험 부담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KB증권 장문준 연구원은 “대형 건설사들 대부분이 과거와는 다르게 현금을 축적해두었다”며 “레버리지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 업계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위기를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DL건설의 경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라며 “업계에서 실적의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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