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할 것을 19일 발표했다. 주담대(주택 담보 대출) 규제 완화 약속으로 주택 구매자들에게 많은 자금 조달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였기에 이번 결정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DSR은 개인의 부채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에 제한을 두는 정책이다. 돈을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리게 제한하는 취지는 좋지만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가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기존 DSR규제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규제 강화 이후에는 1억원 이상 차주까지 적용되는 3단계 조치를 시행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 공약으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완화를 내세우며 자금 마련 지원 정책을 약속했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기타지역에 따라 나누었던 LTV를 70%로 통일하고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경우 80%까지 한도를 늘리겠다는 공약이었다. 다주택자의 경우에도 LTV를 일부 완화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LTV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DSR 규제도 풀어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주택이라는 담보물로 대출을 받는 LTV와는 다르게 DSR은 한 사람이 받는 대출의 총량을 고려해 대출한도를 정해주기 때문이다. 이에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차주들이 더 많은 금액을 대출할 수 있는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소득으로 대출한도를 규제하는 경우 집값이 올라도 대출한도는 올라가지 않는다”라며 “정부는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층에 대해 미래소득을 반영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현금 보유금액이 적은 수요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시중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나는데, 규제가 완화되면 부실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쉽게 완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이은 대출 규제 관련 정책과 함께 주식·가상자산 등 투자자들의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삼았던 주요 자금 조달처들이 불황에 빠진 점도 주목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급락해서 이번이 투자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이라도 받아서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신중한 모습이다.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섣불리 LTV 규제를 완화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투기판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17년 89.4%에서 지난해 3분기 106.7%로 17.3%p 늘어났다. 반면 G20 평균 가계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62.1%에서 65.1%로 3%p 증가한 데 그쳤다. 한국과 G20의 격차도 2017년 27.3%p에서 41.6%p로 확대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강조하며 우선 주택공급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새롭게 취임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DSR 규제 정착에 찬성했다. 다만 저소득·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해 투자 목적이 아닌 거주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 불이익을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업계에서도 당장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인해 당분간 DSR 규제 완화가 힘들 것이라 분석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을 통한 자금 마련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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