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그대’ 이재명·김동연...당장엔 서로 필요

‘가깝고도 먼 그대’ 이재명·김동연...당장엔 서로 필요

지선 이후 첫 회동...김동연, 당선인 감사 차원 강조
상호 협력 바라지만...‘거리두기’ 모습도

기사승인 2022-06-10 06:00:37
쿠키뉴스 DB

경기도지사 전후임 사이인 이재명 의원과 김동연 당선인이 8일 6·1 지방선거 이후 첫 대면 회동했다. 선거를 마치고 난 뒤 다소 어색해진 두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쌍방 간 감사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서로 치켜세우고 있지만, 차기 대권주자로서 잠재적인 경쟁자로 인식되면서 미묘한 긴장감도 관측됐다.

8일 오후 이뤄진 이재명 의원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만남은 지방선거 이후 처음 마련됐다. 김동연 후보가 국회를 찾아 이재명 의원에게 지방선거 지원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김 당선인은 이날 만남의 자리를 당선인 신분으로서 방문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대선·지선 책임론 등 당내 민감한 현안에 대한 답변은 최대한 피했다. 또 이 의원과의 만남 전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를 만나면서 이날 회동의 성격을 당선 감사 인사로 한정했다.

김 당선인은 이 의원과의 비공개 만남 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당선자 자격으로 이 의원을 찾아뵙고 경기도정 운영에 대한 좋은 말씀 듣는 기회를 가졌다”면서 “대권은 전혀 관심 없고 지금은 오로지 모든 노력과 열정을 경기도와 경기도민을 위해 쏟아 붓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비공개 회동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각자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을 요청했을 걸로 추정된다. 

현재 이재명 의원은 당내에서 일고 있는 책임론의 중심에 서 있다. 반명파에서 대선·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물으면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친명파 의원들이 책임론에 대해 반박하면서 사실상 엄호에 나서고는 있지만, 반명파의 거센 책임 공방에 난처한 상황이다. 

또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 정치권에는 처음 발을 들인 만큼 모든 게 어색하고, 대선 후보로 나서기 전까지는 민주당 내 비주류였던 만큼 당내 한 명의 아군이라도 얻는 게 절실하다. 이런 가운데 어렵게 경기도지사직을 지켜내며 야권 내 거물급 정치인으로 떠오른 김동연 당선인이 지지 발언 또는 메시지를 내준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격이다.

김동연 당선인도 당분간은 이재명 의원의 협력이 절실하다. 김 당선인은 전임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의원의 후계자를 자처하면서 지방선거에 뛰어들었고, 선거 전반에 걸쳐 이재명 의원 측 도움을 받았다. 차기 대권주자 후보로의 등판을 논외로 하더라도 정치인 김동연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면 우선 경기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또 전임 지사만큼의 성과를 내야만 하는데 이 의원 측 인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장 서로 간 협력이 필요함에도 지선 이후 두 사람 간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일부 감지된다. 

정치적 판단을 배제한다면 경기도지사 선거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 이 의원에게 김 당선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면서 친명 편에 서야 하지만, 자기 정치를 앞둔 김 당선인은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재명 의원도 김동연 당선인의 성공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견제도 해야 하는 처지다. 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가운데 최후의 보루인 경기도를 김 당선인이 지키면서 당내 입지가 커지고 있다. 김 당선인이 경기도지사로의 역할을 잘 수행해낸다면 향후 대권 후보로서 급격히 떠오를 공산이 크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김동연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애증의 관계라고 부르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의원은 김동연 당선인이 경기도를 지켜줬으니 고마우면서도 잠재적 경쟁자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면서 “또 김동연 당선인은 이 의원이 적극적으로 밀어줘서 후보가 돼 당선됐으니 심적으로는 감사하지만 향후 자신의 정치 행보에서는 강력한 경쟁자가 될 인물이기에 의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김 당선인의 협치 행보에 대해서는 “이재명 계승자를 내세우긴 했지만, 김 당선인의 정치성향은 진보보다는 중도에 가깝다”면서 “남경필 전 지사를 만난 것도 이재명 색깔을 빼면서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한 포석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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