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그릴때는 나오지 않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 금융업계에선 항상 주기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비올 때 우산 뺏는다”는 말이죠.
이같은 말이 나오는 이유는 코로나19 기간 경제 전 분야에서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9.4%를 기록했습니다. 해당 수치는 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전 분기(219.5%)에 비해 조금은 줄어들었습니다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죠.
가계와 기업을 나눠 살펴보면 가계대출은 1분기 말 1859조4000억원으로 GDP대비 104.5%를 기록했습니다. 전 국민의 1년 수입을 합쳐도 대출을 변제할 수 없다는 뜻이죠. 기업대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같은기간 1609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8% 증가했죠.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0.1%로 2020년(77.2%) 대비 2.9%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개인과 기업 모두 ‘빚폭탄’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은행들은 사상 최대 순이익을 연속해서 갱신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이후에도 이는 동일했죠. 올해 1분기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은 4조6399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동기 대비 17% 가량 증가하면서 역대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죠.
특이사항으로는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기간 실적에 큰 기여를 했던 증권사나 카드사 등 ‘비은행’ 계열사에서 증가한 것이 아닌 은행의 약진으로 이뤄냈다는 점입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행한 ‘국내 은행그룹의 비이자이익 원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나와있습니다.
해당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KB·신한·하나·우리·BNK·DGB·JB 등 7개 은행그룹의 비이자이익은 전체의 19.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자수익이 무려 80%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죠. 또한 은행만 본다면 국내은행의 이자수익은 85.6%에 달하고, 비이자수익은 14.4%에 그칩니다.
이 상황에서 예대금리마저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 4월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35%p로 지난 2018년 6월(2.35%p) 이후 3년10개월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죠.
물론 지금의 현상이 금융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자연스러운 시장경제 논리임을 압니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뼈를 깎는 원가절감 및 리스크 관리를 통해 순이익 확대를 달성하는 금융사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보여지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아쉽게 다가옵니다. 최근 금융권에서 잇달아 발생한 횡령사고에 더해 당국의 ‘이자장사’ 지적은 국민들로 하여금 금융사들을 바라보는 눈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 말로 ‘비올 때 우산 뺏는다’는 금융사들의 이미지 개선을 도모할 기회라고 봅니다. 적극적인 가산금리 조정이 어렵다면 우대금리를 확대하고,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올려 예대마진을 줄이는 방식 등으로요. “당국과 정부가 압력을 넣기 때문에 눈치를 보며 내린다”는 결과보다 “고통을 나누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