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며 삭발…악뮤 이찬혁의 이유 있는 파격

노래하며 삭발…악뮤 이찬혁의 이유 있는 파격

기사승인 2022-10-24 17:24:44
가수 이찬혁이 SBS ‘인기가요’에서 신곡 ‘파노라마’를 부르며 삭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해당 방송 캡처

무뚝뚝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 남자. 흰 가운을 입은 미용사가 남자의 몸 위로 가운을 두르더니 머리카락 위로 싹둑싹둑 가위질을 한다. 신병교육대 앞 이발소 풍경이 아니다. 곱게 기른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민 주인공은 그룹 악뮤 멤버 이찬혁. 그는 23일 방송한 SBS ‘인기가요’에서 신곡 ‘파노라마’를 부르며 삭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자른 머리카락은 방송국에 온 팬들에게 선물로 쥐여 줬다. 한국 가요 100년 역사상 이런 퍼포먼스와 ‘역조공’은 처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찬혁은 22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객석을 등진 채 노래를 불렀다. 노래하는 그의 얼굴은 무대 뒤편에 마련된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20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선 거울 없이 뒷모습만 관객에게 보여줬다. 무대를 앞두고 ‘엠카운트다운’ MC인 미연·남윤수를 만난 자리에서는 ‘에러’(ERROR)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채 질문에 침묵으로 답했다. ‘에러’는 그가 지난 17일 발매한 솔로 음반 제목이다.

틀을 깨는 퍼포먼스는 이찬혁이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24일 가요계에 따르면 이찬혁은 신곡 ‘파노라마’ 퍼포먼스를 구상한 뒤 방송 일주일여 전부터 제작진과 협의해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예의 없다’고 지적받았던 ‘엠카운트다운’의 침묵 인터뷰도 실은 PD 및 MC들과 미리 약속한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인터뷰 당시 MC들은 “제가 텔레파시를 받았다”거나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며 이찬혁을 대신해 질문에 답했다. ‘인기가요’에서 이찬혁의 머리카락을 자른 남자는 실제 미용사라고 한다.

이찬혁. YG엔터테인먼트

이찬혁이 파격을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파노라마’가 실린 첫 솔로 음반 ‘에러’에서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본다. 음반은 이찬혁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시작해(‘목격담’) 혼수상태 속에서 삶을 되짚고(‘파노라마’), 후회 남지 않도록 솔직해지자고 다짐한 뒤(‘어 데이’) 천국으로 향하는 결말(‘장례희망’)에 이른다. 이찬혁은 ‘엠카운트다운’ 등 음악방송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로 음반에 담은 이야기를 시각화한다. 죽음을 코앞에 둬 목소리마저 전할 수 없던 그가 다른 세계로 넘어가기 전 삶을 반추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죽음이란 소재를 대범한 방식으로 표현한 이찬혁의 시도는 보는 이의 다양한 해석을 만나 한층 풍부해진다. ‘인기가요’를 보러 갔다가 이찬혁의 잘린 머리카락을 선물 받은 한 누리꾼(트위터 아이디 akmufa******)은 “음반 콘셉트를 생각하니 유품인가 싶기도 했고…. 살아있던 이찬혁(의 일부)이 잘림으로서 죽은 이찬혁이 된 것인데, 죽음을 나눠준 걸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등지고 노래하는 퍼포먼스 영상에는 “팬들이 뒤에 있는 걸 알고 믿어주니까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로 느껴진다. 뒤에 있는 팬들도 이찬혁의 ‘파노라마’ 중 일부분이라는 뜻 같다”(유튜브 닉네임 호**)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찬혁은 무대 밖에서도 틀을 부수고 있다. 그는 음반 발매를 앞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한복판에 잠옷 차림으로 나타나 태연한 얼굴로 신문을 읽었다.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이후 그의 유튜브 채널에 ‘굿모닝, 서울’이란 제목으로 공개됐다. 최근엔 그가 유리관에 갇힌 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서울 연남동과 전주 한옥마을에서 포착됐다. 이 퍼포먼스 또한 추후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스스로를 “청개구리”라고 부르며 “대중적인 서비스보단 틀을 깨는 행동을 하고 싶다”(17일 ‘에러’ 발매 기자회견)는 이찬혁의 다음 파격은 무엇일까.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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