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 서두른다"...비싼 택시비에 바뀌는 연말 회식문화

"귀갓길 서두른다"...비싼 택시비에 바뀌는 연말 회식문화

기사승인 2022-12-09 06:01:02
지난 7일 저녁 광화문 택시 정거장 모습.   사진=배성은 기자

# 직장인 김모(34) 씨는 최근 저녁 약속을 마치고 택시를 이용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늦어져 밤 11시쯤 택시를 불렀는데 심야 할증률이 적용되면서 요금이 최대 40%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라면 서울 광화문에서 집까지 2만원이면 충분했지만 택시요금 심야할증이 적용되면서 요금이 3만원이 됐다”며 “매번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 앞으로는 귀가 시간을 서둘러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연말 모임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초 출생자) 중심으로 1차만 간단히 하는 이른 귀가 문화가 확산하고 있으며, 치솟는 물가로 필요없는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 7일 광화문 일대.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종각 일대에서 20년째 호프집을 하는 김영훈(50) 씨는 연말을 맞아 매출 상승을 기대했지만 예전처럼 늦게까지 놀고 마시는 손님들이 줄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김 씨는 "12월에는 대부분 단체 손님이 대부분인데 예전엔 술에 취할 때까지 늦게까지 노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요즘엔 9시면 다들 집에 간다. 2차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 시간과 일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귀가 시간이 빨라지면서 회식과 모임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한 기업체는 운영하고 있는 양모(55) 씨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저녁 회식을 하는 것보다 점심 회식을 선호한다"며 "저녁 회식을 하더라도 1차만 간단히 하고 커피로 간단하게 마무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저녁 광화문 일대 모습. 연말임에도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배성은 기자


고금리·고물가에 경기침체로 힘든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택시 요금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12월 1일자로 서울택시 심야 할증률을 인상하기로 했다. 이번 심야 할증률 인상에 따라 일괄 20%였던 심야 할증료율은 시간대에 따라 20~40%로 차등 조정된다. 택시 수요가 높은 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2시 할증료율은 40%에 이른다. 이에 따라 평상시 3800원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오후 10시∼오후 11시와 오전 2시∼오전 4시에는 4600원으로 오르고, 오후 11시∼오전 2시에는 5300원으로 뛰었다. 서울 심야할증 요금 조정은 1982년 이후 40년 만이다.

만일 택시에 탑승해 이동하는 도중에 할증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시간대별 할증률이 적용된다. 경기도권에 살 경우 시외할증까지 적용되는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한푼이라도 줄이고자 사람들은 귀가 시간을 당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택시 이용객 수가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서울택시 심야 할증률이 인상되던 1일 카카오T의 일간활성사용자수는 133만1139명으로 전날(137만3956명)보다 4만명 가량 줄었다. 

택시기사 김모(65)씨는 "심야 할증 시간이 10시부터 적용되면서 3만원을 벌 것을 5만원을 벌게 되서 당장은 기분이 좋긴 하다"면서도 "불경기에 택시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 요금 인상으로 오히려 수익이 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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