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 가사도우미’ 재발의…“무지의 소치”

‘월 100만원 가사도우미’ 재발의…“무지의 소치”

논란된 개정안, 철회 후 같은 날 재발의
최요한 “가사노동 가치 무지…인종차별”

기사승인 2023-03-25 06:00:17
그래픽=안소현 기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가사근로자법)’이 철회됐다가 재발의됐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조정훈 의원이 22일 대표발의한 가사근로자법이 철회됐다.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던 김민석·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명단에서 빠져 법안 발의 최소 요건인 ‘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법안은 재발의됐다. 권성동·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자로 참여하면서다.

해당 법안은 최저임금 적용 없이 월급 100만원 수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1일 조정훈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제로 싱가포르는 1978년부터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했다”며 “이 법안이 실현되면 (우리나라도) 싱가포르와 같이 월 100만원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선 비판이 거셌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늘(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데 외려 인종차별 선동 법안이 발의됐다”며 “최저임금 없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법안은 저출생을 이겨내자고 차별과 착취쯤은 눈감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여성단체도 반발했다. 여성노동연대회의 등 46개 여성·노동·시민단체는 지난 22일 해당 법안을 두고 “단호히 반대하며 재발의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본 발의안은 가사노동에 대한 심각하고 지독한 폄하”라며 “여성이 무급으로 해왔기 때문에 그 가치를 평가절하당해왔지만 가사노동은 사회를 유지 존속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노동”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해당 법안이 재발의된 것을 두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24일 쿠키뉴스에 “해당 법안 발의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첫째는 가사노동 가치에 대한 무지다. 입주육아도우미는 월 350~400만원, 육아도우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만 해도 월 230~280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겨우 100만원으로, 그것도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자는 발상이 ‘이 분야는 공부 안 했다’는 말이다. 무지의 소치”라고 지적했다.

초저출산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아이와 육아 문제는 개인이 아닌 공공의 책임이 되었다고도 전했다. 그는 “육아는 국가의 의무인데 공공의 역할을 개인에게 책임지게 하는 무지”라고 질타했다.

또한 “의회에서 ‘인종차별 법안’이 발의되는 무지”라고 전했다. 최 평론가는 “국내 시장가가 이렇게 형성돼 있는데 외국인 여성노동자를 콕 짚어 법안으로 발의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다. 이를 모르는 조 의원의 무지”라고 밝혔다.

아울러 “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간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시대전환을 한다는 조 의원은 어느 시대에 사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가사도우미 정책아 제안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을 언급하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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