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40대 남성이 부모와 형 등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50분께 전주시 덕진구 송○ 초등학교 운동장에 '남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앞서 오전 3시30분께 아침운동을 나온 시민에 의해 119로 사건이 접수됐으며, 사망 사건으로 확인된 후 경찰에 사건이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남성 사체를 발견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이날 오전 2시48분께 A씨(43)와 형(45)이 도착해 약 2분간 함께 운동장을 걷다가 갑자기 A씨가 승용차를 타고 형을 들이받은 뒤, 쓰러진 형을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이후 A씨는 살해 현장에서 12km 떨어진 아중저수지로 이동했고, 검정 가방을 메고 저수지에 뛰어들었다. 검정 가방에서는 흉기가 발견됐으며,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 부모의 아파트에서 아버지(73)와 계모(58)가 숨져 있는 것도 발견했다.

이들은 거실에서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는데, 사체에서 흉기에 찔린 상흔이 발견됐다. 

아파트 CCTV에는 A씨 혼자 전날 오후 12시20분께 집에 들어갔다가 15분 만에 집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찍혔다. 

경찰은 A씨가 부모를 먼저 살해한 뒤 형까지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평소 가정불화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A씨와 형, 아버지가 모두 폭행 등으로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지른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A씨가 뇌수술을 하는 등 뇌에도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가 가족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은 밝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주변을 탐색하고 있지만, 이들 가족의 지인이 없고, 친척도 없으며, A씨와 B씨 모두 미혼이어서 뚜렷한 살해 동기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병원에서는 이들의 연고자를 찾지 못해 11년 전 A씨 아버지의 동거녀에게 연락을 취한 상태지만, 동거녀는 이들의 장례를 맡지 않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무연고 장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경찰 또한 시신 4구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주변을 탐색하는 등 사건 동기를 찾고 있지만, 지인도 거의 없는데다 A씨가 사망해 수사를 종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등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단서를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또한 추후 확인이 불가능해 추측성 결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주=황성조 기자 food2drin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