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목표 잡는 것부터 잘못된 정책”

“출산율 목표 잡는 것부터 잘못된 정책”

기사승인 2023-05-15 13:04:20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아고라:저출생 소멸되는 나라 한국 토론회의 기조 발제를 맡아 출산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5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여러 가지 정책을 나열하는 기조를 유지한다면 저출생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국가 존립 자체가 흔들릴 것이다.”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는 지난 12일 쿠키미디어가 공동 진행한 ‘청년 아고라 : 저출생 ‘소멸되는 나라 한국’’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통해 “육아기 단축근로 실시, 신혼부부 주거비 부담 완화, 양육비 지원 강화 등의 단순 정책 나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출산율을 기록한 한국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은 모순적이거나 면피용 헛발질도 많다”며 고교체제 개편,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같은 행보는 오히려 저출생 경향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정책은 기혼자 대상의 출산 장려에 치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근원적 요인은 가정을 꾸릴 수 없는 노동 여건”이라며 “하위 50% 남성 청년들 입장에선 일자리, 주거,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 결혼을 할 수가 없고 또 노동시장 내 성차별, 장시간 근무, 열악한 조건 때문에 여성들도 출산을 기피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초저출생 현상은 청년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등 노동권 확립, 젠더 불평등 극복, 수도권 집중 완화 없인 해결하기 어렵다”며 “사회 지출이 OECD 최하위에 묶여 있는데 각종 감세조치를 내놓고 노동시간 69시간 연장을 운운하면서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웃나라 일본이 지난 3월 발표한 ‘차원이 다른 저출생 종합 대책’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며 “일본의 이번 대책이 기존과 다른 점은 단지 출산을 장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청년층의 소득 향상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회·경제 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두고 의식 개혁, 구조 개혁을 연동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까지 자녀 양육을 사실상 국가가 책임지거나 노동 시간과 임금, 주거에 획기적인 대책을 적용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러한 장기적 계획을 주저한다”면서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김 대표가 참여한 토론회는 저출생의 근본적 원인과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쿠키미디어, 대학알리가 마련했다. 김 대표가 ‘한국 초저출산 문제의 정치적 성격’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은 황경석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홍보미디어 부국장과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가족정책연구실장,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안소현 쿠키뉴스 기자가 함께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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