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부채한도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고 이르면 이번 주말에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8.63p(1.24%) 상승한 3만3420.7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8.87p(1.19%) 오른 4158.77, 나스닥지수는 157.51p(1.28%) 뛴 1만2500.57로 장을 마감했다.
부채한도 협상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증시는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공화당) 등 의회 지도부는 전날 백악관에서 재차 만나 부채한도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매카시 의장은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가능하다. 짧은 시간에 할 일이 많다”고 기대감을 키웠다.
미 재무부는 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 시한을 이르면 6월1일로 보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전날 “디폴트는 우리 금융시스템 기반을 깨뜨릴 수 있다”며 “전세계에 공황을 일으켜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 자산시장 탈출, 헐값 매각 등을 촉발하는 국제금융시장이 붕괴를 생각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채무불이행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협상에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생산적인 회의를 가졌다”며 “미국이 디폴트 상태가 되지 않도록 예산 합의를 얻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시장은 이르면 이번 주말 큰 틀에서 합의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택시장도 반등 조짐을 보였다. 미 상무부는 4월 주택 착공 건수가 전월보다 2.2% 증가한 140만 건(연율)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문가 전망치와 거의 일치했다. 전날 발표된 미 주택건설업협회(NAHB)-웰스파고 주택시장지수(HMI)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인 50을 회복한 데 이어 주택시장 반등을 시사하는 지표가 잇따른 것이다.
종목별로 보면 S&P500지수에서 유틸리티, 임의소비재를 제외한 9개 업종이 상승했다.
개장 전 실적을 공개한 소매기업 타깃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분기 성적표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했다. 타깃 주가는 2.58% 상승했다. 전날 부진한 실적으로 약세를 보인 또 다른 소매업체 홈디포 주가는 이날 전장 대비 3.56% 뛰었다. 실적 공개를 앞둔 월마트 주가는 0.17% 하락했다.
지역은행 웨스트 얼라이언스 뱅코프는 예금이 증가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10.19% 급등했다. 팩웨스트 뱅코프(21.66%) 자이언스 뱅코프(12.08%) 등 위기설이 돌던 다른 지역은행 주가도 견인하면서 S&P500의 지역은행 지수가 3.4% 뛰며 올해 최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테슬라 주가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오후 주주총회에서 사임 루머를 일축하고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면서 4.41% 상승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의 부채한도 협상 관련 뉴스가 낙관적으로 바뀌었다면서도 협상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시장이 좁은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벌 수석투자전략가는 CNBC에 “부채한도 협상 관련 소식은 점점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도 “시장은 중립 기조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어 10년물 국채금리나 S&P500지수 모두 박스권에 갇혀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 깨질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돌파할 수 있는 촉매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트레이더들은 CNBC에 “매카시 의장이 이번 주말까진 협상이 가능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타임라인은 메모리얼데이(29일)을 앞둔 다음 주말까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6월초 X-데이를 고려할 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주식은 좁은 범위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