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인상 최종 합의에 성공했다. 이제 부채한도 상향 관련 법안이 의회로 향해 처리 절차에 돌입할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 내 강경파들이 각각 반발하고 있어 법안 처리가 순조롭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더힐·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협상이 있기 전까지 미국은 파산으로 향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합의 이후에도 여전히 파산을 향해 가고 있다. 협상은 우리를 좀 더 나은 상황에 놓기에 완전히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1년 반 동안 4조달러를 늘리는 것은 엄청난 지출”이라면서 “우리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관련 지출과 예산 재설정 등으로 이런 방식에 이르게 됐는데 그들은 여전히 그것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이 X-데이트(미 재무부가 예측한 채무불이행 마감 시한)인 6월5일을 코앞에 두고 잠정적 합의에 도달한 가운데 나왔다. 이들은 지난 몇 달간의 조율 끝에 28일 백악관에서 부채한도 인상 합의에 최종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다음 대통령 취임 시기인 오는 2025년 1월까지 현재의 정부 부채 상한선(31조4000억달러)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신 국방·보훈 항목을 제외한 2024 회계연도 지출은 동결하고 2025년 예산을 최대 1%만 증액한다.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이 일단 합의는 봤지만,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X-데이트 전 상·하원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미 하원은 공화당이 222석, 민주당이 213석을 가지고 있으며 과반은 218석이다. 상원은 민주당이 51석, 공화당이 49석을 가졌다. 미 하원 운영위원회는 오는 30일 오후 3시 전체회의를 열고 부채한도 상향 합의 관련 내용이 담긴 '재무책임법안'을 논의한다.
그런데 디샌티스 주지사를 포함한 공화당 강경파는 이번 합의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공화당 내 강경파이자 운영위원회인 칩 로이와 랠프 로먼 의원은 이번 합의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로이 의원은 SNS를 통해 “좋은 거래가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고, 노먼 의원은 “미친 짓”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노먼은 SNS를 통해 “사실상 (지출) 삭감 없이 4조 달러의 부채한도를 늘리는 것은 우리가 동의했단 것이 아니다. 나라를 파산시키기 위한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강경파에서도 협상 내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의회 진보 모임 회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완전히 끔찍한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라울 그리잘바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도 SNS를 통해 “당황스럽고 매우 실망”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법안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매카시는 30일 운영위에서 법안 논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