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잠실 SK핸드볼경기장에는 다소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5000여 규모의 좌석을 보유한 이곳은 티켓 파워를 가진 인기 가수들의 콘서트나 유명 연예인들의 팬 미팅이 열리는 장소다. 하지만 이날은 넥슨의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서비스 20주년을 기념하고 여름 업데이트 소식을 접하기 위한 이들로 가득했다. 넥슨에 따르면 이날 열린 쇼케이스 현장 입장권은 판매 개시 3분 만에 모두 동이 났다.
같은 날 전국 14곳의 CGV 영화관도 쇼케이스 생중계를 시청하기 위한 ‘용사(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발걸음으로 붐볐다.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쇼케이스를 지켜본 이도 37만7000여명이었다. 이들은 게임 테마곡으로 꾸며진 공연을 즐기고, 공개 된 새로운 콘텐츠에 열광했다. 여느 대중문화를 향한 관심이나 애정과 결이 다르지 않다.
메이플스토리가 빚어낸 이러한 문화적 현상은 일시적이지 않다.
지난 4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메이플스토리 팬 페스트 현장 입장권은 판매 3분 만에 모두 팔렸다. 사흘에 걸쳐 6000여명의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찾아 켜켜이 쌓인 20년의 추억을 감상했다. 메이플스토리 IP로 만든 편의점 빵은 누적 1500만개 이상 판매됐고, 메이플스토리 OST로 열리는 연주회는 전국투어를 진행할 정도다. 수십 여년에 걸친 이야기와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이 있는 게임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향후 20년을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질 높은 게임 콘텐츠에 더해 다양한 오프라인 영역으로 IP로 확대할 계획이다. 당장 올 3분기엔 유명 웹툰 스튜디오와 협업해 메이플스토리 관련 웹소설 및 웹툰을 론칭한다. 메이플스토리 OST가 연주되는 20주년 기념 음악회 개최, 팝업스토어와 전용 온라인 스토어 오픈도 앞두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테마파크도 기획 중이다. 건립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수십 년간 우직하게 진행한 IP 투자가 비로소 성대한 결실을 맺는 셈이다.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는 “친구와 연인, 가족이 함께 현실에서 메이플스토리를 즐길 수 있도록 멋진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메이플스토리가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용자와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꼭 도전하고 싶은 프로젝트”라고 특히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를 앞세워 ‘아시아의 디즈니’라는 꿈을 향한 첫 걸음을 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넥슨은 마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의 영화 제작사에 최대 6000억을 투자하는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왔다. 넥슨 창업주인 고 김정주 회장은 회사의 이상향으로 디즈니를 꼽은 바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