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들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리브랜딩’ 방안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브랜딩은 기업이나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립해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을 일컫는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사명(상호)을 바꾼 상장사는 66개사로 집계됐다. 2021년엔 122개사가 사명을 변경해 전년(95개사) 대비 28.4% 증가했다. 사명 변경 이유로는 회사의 이미지 제고가 36.9%(59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같은 리뉴얼 바람은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삼양식품그룹은 그룹 및 지주사 CI를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바꿨다. 식품·과학이 결합된 영역을 개척하는 기업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사명과 CI를 변경했다.
삼양식품그룹 관계자는 “이번 그룹 및 지주사 CI를 시작으로 모태 기업인 삼양식품 등 각 계열사의 CI도 순차적으로 변경하고 하반기 내 CI 리뉴얼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사용됐던 정관장 브랜드를 ‘JUNG KWAN JANG’으로 통일한다.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로고, 제품 패키지 등의 디자인이 변경되며 글로벌 건강식품 솔루션 브랜드로 재탄생한다. 그동안 정관장 브랜드는 기존 국문과 영문이 혼용되고 영문명도 ‘Cheong Kwan Jang’으로 사용돼 발음이 국가별로 다른 경우가 있었다.
박순영 KGC인삼공사 마케팅실장은 “세계 인삼 소매시장 점유율 10년 연속 1위를 기록한 정관장 브랜드의 위상에 걸맞도록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며 "앞으로 정관장은 전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글로벌 브랜드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자사의 장류 대표 브랜드 해찬들이 ‘태양초 고추장’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제품 디자인 변경과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먼저 제품 용기 디자인을 대폭 바꿨다. 기존 ‘고추장’ 하면 떠오르던 빨간색 대신 밝은 아이보리 색 패키지로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더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백설’ 브랜드를 리뉴얼하기도 했다. 백설을 요리 솔루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밀가루와 설탕, 식용유, 조미료 외에도 소스·양념장·드레싱 등까지 제품군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간편 양념 브랜드인 ‘다담’과 액젓 브랜드인 ‘하선정’을 백설의 하위 브랜드로 편입했다.
사명 변경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제품 패키지를 비롯해 소비자 인식, 비용 등 지출 비용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또 막상 이름을 바꿨다가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면 그간 쌓아온 기업 이미지가 무너질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업체가 이처럼 리뉴얼을 진행한 이유는 낡은 이미지 대신 새로운 콘셉트와 마케팅으로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또 해외시장을 겨냥해 그에 맞는 로고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함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가 최근 수익구조 다변화에 맞춰 종합식품기업으로 회사를 키우게 되면서 사명 변경에 대한 필요성이 더 켜졌다”며 “기존 이름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경우가 많고 이를 바꾸는 과정에서의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쉽진 않지만 변화의 필요성이 더 큰 만큼 차차 바꿔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