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가격인상에 정부 제동
올해 상반기 식품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가격인상’이었다.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영향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불안, 물류비용 급등,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제품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소득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399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이란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 등을 제외한 소비와 저축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말한다.
반면 해당 기간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률은 각각 9.9%와 7.5%로 집계돼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2.9배, 2.2배 높다. 특히 가공식품 73개 품목에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뛰어넘은 품목은 무려 64개(87.7%)에 달했다. 이 중 치즈(32.8%), 드레싱(29.1%), 식용유(28.8%) 등 8개 품목은 물가 상승률이 20% 이상이었다. 빵(14.3%), 스낵과자(13.1%), 라면(12.4%), 아이스크림(11.8%), 파이(11%) 등도 10%를 넘기고 있다.
외식물가도 비슷한 추이다. 같은 기간 외식 품목 39개 중 37개(94.9%)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뛰어넘었다. 소주(외식, 10.7%), 피자(10.5%), 라면(외식, 10.4%), 김밥(10.4%), 맥주(외식, 10.2%), 떡볶이(10%), 돈가스(10%) 등이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해 업체들의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며 압박을 가했다. 밀가루가 대표적이다. 제분업계는 최근 정부 요구에 따라 5% 안팎의 인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라면업계(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는 평균 5% 수준의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그 외에도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SPC 등 제과·제빵업체들도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렸다.
인수합병 속속 무산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는 외식프랜차이즈 매물이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매물이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외식업체들의 M&A 한파 요인으로 고금리 여파와 수요 부진, 외식 기업들의 인건비와 고정금 부담이 크게 높아진 점을 꼽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동원산업은 한국맥도날드 한국 마스터 프랜차이즈 권리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인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희망 가격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는 5000억원의 매각가를 원했지만 동원산업은 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
한국맥도날드 매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6년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과 지분 매각 및 사업권 양도를 추진했지만 매일유업이 인수를 포기했다. 이번에도 동원산업이 인수를 중단하며 매각이 무산됐다.
버거킹은 2021년 11월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을 철회한 바 있다. 버거킹을 보유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1조원대의 매도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조원의 매각가를 제시한 맘스터치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드포갈릭과 다운타우너 등이 M&A 시장을 노크하고 있지만 관심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4월 KFC를 운영하던 KG그룹은 유일하게 KFC 지분 100%를 사모펀드 운용사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에 550억원에 매각했다.
수익 다각화 위한 해외진출 잰걸음
주요 식품업체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식품 시장 성장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해외 사업 강화에 돌입하면서 외형 성장과 내실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미국 캔자스주 살리나에 약 4만㎡ 규모의 공장을 증설하면서 축구 경기장 12개 크기(9만㎡)의 세계 최대 냉동피자 공장을 운영하게 됐다. CJ푸드빌은 제빵 브랜드 뚜레쥬루의 미국 시장 안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하반기 미국 남부지역에 대규모 제빵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CJ푸드빌은 향후 뚜레쥬르 미국 매장을 100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상은 지난 3월 3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이달 미국 식품업체 ‘럭키푸즈(Lucky Foods)’를 인수했다. 김치를 중심으로 소스류·HMR(가정간편식) 등 품목 다변화에 나서는 중이다. 대상은 지난해 LA공장을 완공하며 미국 김치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농심은 북미 라면 시장 1위를 목표로 미국 동부에 제3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풀무원 역시 올해 하반기 미국 캘리포니아 길로이 공장을 증설한다. 내년에는 메사추세츠에 아이어 공장도 증설하면서 미국 두부‧누들 시장의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최근 해외전용 건면브랜드 ‘탱글’을 출시하는 등 수출 증대를 목적으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오리온은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젤리 생산라인을 증설해 공급량을 늘릴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기존 공장 증설과 신공장을 설립한다. 인도에서도 초코파이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치킨업계도 해외시장을 개척 중이다. 치킨업계 3사 모두 미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가맹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BBQ는 지난해말 기준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독일, 필리핀 등 57개국에 7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bhc는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와 미국에 잇달아 1호점을 내고 영토 확장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1호점을 오픈하며 동남아시아를 해외 사업 전진기지로 삼았다. 교촌치킨은 연내 대만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교촌은 미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서 총 7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말레이시아에 2개 지점을 오픈했고 미국 하와이에도 처음으로 가맹점 열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