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소스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섰다. 1인가구의 증가와 급등하는 외식 물가 등의 영향 때문이다. 농심,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업계는 물론 CJ제일제당, 대상 등도 자사의 인기 제품 맛을 살린 소스를 활용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소스 시장에 가장 큰 눈독을 들이는 건 라면 부문이다. 라면업체들은 저마다의 인기 제품 맛을 살린 소스를 단독 출시하고 있다. 농심은 비빔면 소스인 ‘배홍동 만능소스’에 이어 최근 ‘짜파게티’ 양념 맛을 액상으로 구현한 ‘짜파게티 만능소스’를 출시했다.
앞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양념을 담아 2018년 내놓은 ‘불닭소스’도 큰 호응을 일으킨 바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소스·조미소재 매출액은 전년보다 36% 증가한 290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오리지널 불닭소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맛을 추가로 선보이고 외식업체와 협업 등을 더해 해외 수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팔도가 2017년 선보인 ‘팔도비빔면’의 액상스프인 ‘팔도비빔장’도 꾸준히 인기다. 지난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15% 뛰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돌파했다. 올해는 저칼로리 제품도 내놓으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일반 식품업체들도 소스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그룹의 상징 브랜드 '백설'을 새 단장했다. 설탕, 고기양념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한 '테이블소스류' 점유율 회복에도 나섰다. 이를 위해 간편양념 브랜드 '다담'과 액젓 브랜드 '하선정'을 하위 브랜드로 편입했다. 소스 상품군 가짓수도 늘린다.
청정원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상은 통영 굴과 울진 대게로 맛을 낸 ‘대게 굴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굴소스가 볶음 요리의 ‘만능 치트키’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자 2021년 출시했다. 사조대림은 최근 지난 2016년 출시한 참치 베이스 기반의 다용도 액상 소스 '사조 참치액'의 누적 판매량이 1128만 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사조대림은 참치액 인기에 힘입어 확장 제품을 추가로 선보였다.
“간편식 수요 증가와 K푸드 성장 영향”
업계가 소스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소스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고물가 시대가 펼쳐지면서 집밥 트렌드가 부상한데다, 해외에서도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한국 소스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소스 시장의 규모는 2019년 1조3700억원에서 2020년 2조원,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와 함께 간편식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 시기 이 수요는 확실해져서 시장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고물가 현상이 계속되면서 저렴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도 한 영향이 될 수 있다”며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 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본인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문화 트렌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게티가 ‘모디슈머(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변형해서 즐기는 소비자)’ 레시피로 유명한 데 착안해 짜파게티 소스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변형 레시피가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맛 평가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너무 직접적인 관여보다 적당히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