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인상폭 결정 기한일과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구가 맞물리면서 우유업계에선 긴장감이 돌고 있다. 우유업계는 앞서 가격 인하를 단행한 라면, 제과, 제빵업계와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19일 우유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유업체 간 우유 원유가격 협상 결과가 오늘 나올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30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인상률에 대한 낙농가와 우유업계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연기했다. 원유가격은 낙농가와 우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최근 사료 가격이 오르면서 낙농가의 생산비가 증가한 터라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농식품부가 낙농제도를 개편해 올해부터는 원유 가격 인상에 생산비뿐 아니라 시장 상황도 반영하게 해 인상 폭을 하향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해 원유 가격은 낙농가의 생산비 상승으로 인해 L당 69∼104원 폭의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를 주재료로 쓰는 흰 우유 제품 가격도 상승한다. 지난해에는 원유 기본 가격이 L당 49원 인상되자 각 유업체가 흰 우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었다.
현재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 우유 1L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2800원대다. 매일유업 역시 900ml짜리 흰 우유 제품 가격을 2610원에서 2860원으로 올린 바 있다.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 올해는 원윳값 인상에 따라 3000원을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흰 우유 1L 기준으로 3000원이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원유가격이 오른다고 매번 관련 제품 가격이 인상되진 않지만 최근 고물가 시대를 지나면서 단순 원유가격뿐만 아니라 사료값 등 기타 원부자재 가격들도 일제히 상승했기에 이번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과 12일 유업계, 낙농업계의 의견을 차례로 수렴하는 자리를 갖고 과도한 가격 인상 자제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의 가격 인하 권고에 따라 식품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인하해왔다. 식품업체들은 지난달 정부의 ‘라면값 인하’ 권고 이후 잇따라 제품 가격을 내렸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순차적으로 12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내리기로 했다. 롯데웰푸드도 과자 3종의 가격을 100원씩 내렸고, SPC는 식빵, 바게트 등 빵 30종의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다만 유업계는 타업종과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라면, 제과제빵업계 가격 인하가 가능했던 배경엔 국제적인 밀가루 가격 인하가 있었지만, 유업계의 경우 국내 원유가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무조건적인 인하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근 사료값 등 부가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낙농가, 유업계, 사료업계를 만나서 가격 인상 자제 요구를 했지만 사실상 원유가격이 오르게 되면 유업계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다만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썬 원유가격에 따라 이후 방안이 논의될 것 같다.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유업체는 가격 인하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 “원유가격뿐만 아니라 사료값, 인건비 등 떨어진 비용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썬 가격 인하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매일유업에서 일부 컵커피 음료 가격 인하는 이번 원유가격 사안과 무관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앞서 매일유업은 내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컵커피 14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5.1%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부 매체들을 중심으로 정부 지침에 따라 유업계에서의 가격 인하가 이뤄질 거라고 보도되기도 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일유업에서의 컵커피 음료 가격 인하는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원유가격과 연관은 크게 없다”며 “컵커피 음료에서는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적을뿐더러 해당 제품들은 이미 몇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해온 제품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