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시설을 오가는 길목에 ‘동진학교’(가칭) 부지가 보입니다. 희망고문이죠. 마음이 참담해 차라리 눈을 감고 지나갑니다”
올해 일반 중학교 특수학급에 입학한 중증 자폐아 자녀를 키우는 조모(45·서울 중랑구)씨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착공도, 개교도 연기됐던 동진학교가 12년 기다림 끝에 내년 착공을 앞뒀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장애를 가진 자녀가 5세가 됐을 무렵부터 특수학교가 생기기만을 기다렸던 박모(49)씨의 아이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했다. 박씨는 “아이가 이제 내년이면 졸업해서 성인이 된다”며 “지금 (특수학교 설립을) 기다리는 부모들에게 ‘더 좋은 세상이 열릴 거다. 기다려 보자’고 말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과 학부모들은 총 18학급, 111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진학교가 들어서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특수학교가 없는 중랑구와 동대문구 학생들은 일반 학교 특수학급을 다니거나 다른 자치구 내 특수학교로 통학한다. 서울시 특수학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 거주하는 장애 학생은 약 4500명이다. 지난해 기준 특수학교는 32개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설의 숫자가 학생 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특수학교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오롯이 아이를 위해서다. 서울시에서는 동대문구와 중랑구만이 특수학교를 갖추지 않았다. 특수학교가 장애 학생에게 특화된 학교인 만큼, 비장애 학생보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 학생들은 통학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특수학교에 입학하기를 바란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서울 관내 장애 학생 중 약 34%가 왕복 1시간 이상 거리로 통학하고 있다. 약 3.8%는 왕복 2시간 이상의 거리로 등교한다. 부모들은 장애 학생의 입학을 유예시키기도 한다. 유예는 2년까지 가능하다.
일반 학교 내에도 특수학급은 있지만 많은 장애 학생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22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장애 학생 인권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국에서 발생한 장애 학생 인권침해는 561건이다. 전년도 349건에서 많이 증가했다. 박씨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특수학교 필요성이 커진다. 비장애 학생들과 장애 학생들 모두 사춘기가 찾아오다 보니 돌발행동이 나타나고 예민해진다”며 “장애 학생들이 가해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특수학교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착공까지 과정은 쉽지 않다. 지난 2020년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연 ‘서진학교’는 장애인 학부모의 애절함으로 지어졌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 학부모들은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에서 보이듯 사회 곳곳에서 아직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및 사회적 편견들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동진학교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2년부터 설립 논의를 시작한 이후로 8번의 부지 변경이 이뤄졌다. 주민 반대로 미뤄진 경우도, 예산이 삭감돼 무산된 경우도 있다. 앞선 기사 ([단독] 착공 앞둔 중랑 지적장애 특수학교…주민 설명회 없었다)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내년 착공을 앞둔 지금 부지 역시 주민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장애 학생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특수학교 설립 시 부동산 가격 하락,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며 “특수학교 학생들은 통학버스를 이용하거나 보호자 동반 통학을 한다. 부동산값 역시 지난 2017년 교육부에서 전국 특수학교 167개교를 조사한 결과 부동산 가격 차이가 없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동진학교 설립 예정지의 미래 가치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이에 따른 보상 절차도 진행 중”이라며 “착공 후 주민 반발이 있을 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