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은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사실상 중간 평가다. 정권의 남은 임기의 향배가 걸렸다고 할 만큼 여야 모두에게 중요하다. 그만큼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 중이며, 격전지 또한 적지 않다. 마포·용산·성동 등을 포함한 ‘한강 벨트’를 비롯해 민주당 현역과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낙동강 벨트’,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까지 곳곳이 치열한 선거 전쟁터다. 쿠키뉴스는 주목되는 선거구 현장을 찾아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전하고자 한다. 총선 대진표가 마무리된 시점에 각 지역구 후보에 대한 선호도와 한국정치를 향한 시민의 의견도 함께 담겠다. (편집자 주)
경기도의 심장인 수원은 지역 산업의 중심지다. 꾸준하게 경제적 발전을 이뤄온 수원은 다양한 사회 계층이 혼재해 정치적 관심도도 높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진보진영이 우세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여당 손을 들어주면서 4.10 총선에서 최대 관심 선거구로 주목받는다. 3일 쿠키뉴스가 수원 민심을 살펴봤다.
수원정, ‘파한뿌리’ vs ‘이대생 성상납’ 막말 논란
경기 수원정은 민주당이 꾸준히 승리해온 지역이지만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접전 양상을 보였다. 동수원 생활권으로 분류되는 영통구 매탄동, 원천동, 광교1,2동, 영통1동을 포함한다.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광교신도시를 품고 있어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광교1동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저는 중도층이다. 여당도 야당도 지지하지 않는데, 김 후보가 최근 흠을 자꾸 보이고 있지 않나. 그래서 그런 후보는 거르고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40대 여성은 “정권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내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수원정 지역구는 김 후보와 이수진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다. 수원에서 시민활동을 한 김 후보는 역사학자로서 한신대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인 이 후보는 범죄심리학과 교수로 여럿 방송에 출연했다. 최근 김 후보는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 이대생 미군 성상납’, ‘박정희 전 대통령 군 위안부 성관계’ 발언 등으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김 후보의 막말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원천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파뿌리 논란을 일으킨 이 후보를 왜 뽑나. 범죄 심리를 연구하다가 지역일을 잘할 수 있겠나”고 했다.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김 후보가 수원에 대해서 잘 안다. 막말 관련해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김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매탄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이 후보는 사실상 서울 사람인데 갑자기 수원에 내려와서 좀처럼 마음이 가지 않는다”며 “그전에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하던 홍종기씨가 나왔다면 가능성이 높았을 것인데 이번엔 수원사람인 김 후보가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벨트’·‘원도심’ 수원병, 김영진 vs 방문규 격돌
4.10 총선을 앞두고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초접전 흐름을 이어온 수원병은 경기도에서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방문규 국민의힘 후보가 이 지역구에서 맞붙는다. 수원의 원도심인 팔달구 전역과 권선구 세류1동을 포함한 수언병은 수원의 전체 5개 선거구 중 가장 보수색이 짙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 인계동과 매교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는데 이 곳에서 후보들의 평가가 갈린다.
매교동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장관 출신인 방 후보가 우리 지역구에 왔다고 해서 기대가 있었는데 실망했다. 문재인 정부 때 출마한다는 얘기가 있다가 이번에 바람타고 여당으로 나왔다.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다른 40대 여성은 “김 후보를 체육대회 등에서 많이 봤는데 인품이 좋더라. 조용하고 묵묵하신 분”이라고 했다.
인계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방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남경필 지사 이후 오랜만에 수원에 인물이 왔다. 김진표 국회의장 이후로 첫 번째 관료 출신 아닌가. 장관 출신이 와서 예산 등 공약을 보니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무, 수원시장 3선 염태영 vs 도의원 출신 박재순
구도심과 신도시가 함께 어우러진 수원무 지역구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보인다. 권선구에서는 보수성향이 강한 반면 영통동과 망포동은 진보성향이 강하다. 군공항으로 인해 고도 제한 완화와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발전에 대한 지역민들의 요구가 거세다. 이때문에 지역에서는 뚜렷하게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일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원 3선 시장을 역임하며 민주당 유일 현역 기초단체장 출신의 최고위원 이후 경기도 경제부지사로 활동했다. 경기도의원을 지낸 박재순 국민의힘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경기도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했다.
영통동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염태영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박재순 후보는 ‘12년 동안 뭐했냐’는 플랜카드만 걸고 있는데, 본인이 그렇게 말할 처지가 아니다. 박 후보가 뭐했는지도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있나”고 말했다. 또다른 40대 남성은 “박 후보가 염 후보를 ‘디스’(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공격한다는 인터넷 용어)만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안 보여준다. 플랜카드를 보면 온통 욕만 해놨다”고 했다.
망토동에 거주하는 70대 남성은 “자영업자들이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을 만큼 경제가 어렵다. 우리 동네는 1800세대가 넘는 아파트인데 단지 내 상가들이 6개월 이상 공실이다. 서민 경제가 팍팍해져서 염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세류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먹고 살기 바쁜데 누가 되어도 똑같다. 지금까지 바뀌는 게 하나도 없었다”며 “이 지역구에서 기존에 하던 민주당, 민주당 의원 말고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