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신발부터 커피박 공예까지”…음식 넘어선 ‘K-비건페어’ [가봤더니]

“버섯 신발부터 커피박 공예까지”…음식 넘어선 ‘K-비건페어’ [가봤더니]

K-비건페어 코엑스서 개최…첫날 5000명 이상 방문
180여개 부스 운영…음식부터 공예·생활용품까지
국내 비건사업 다양화…급속한 성장은 아냐

기사승인 2024-04-12 06:00:42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비건페어. 사진=김건주 기자

“‘비건’하면 음식을 먼저 생각하는데 화장품, 수세미, 심지어 도자기도 나와 신선했어요.”

비건페어를 찾은 강주영(34)씨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식물성 단백질 등 건강식에도 관심이 생겨 이곳에 방문했다”며 “비건 음식을 포함해 다양한 볼거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1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베지노믹스 K-비건페어 인서울 2024’에는 4065 규모의 홀에 약 180개 업체, 200여개 부스가 설치돼 비건, 친환경 업체들이 신제품을 선보였다. 코리아비건페어 사무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첫날에만 5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취재진이 방문한 전시회는 입구부터 환경에 신경썼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입구에는 환경을 생각해 종이 리플렛을 없애고 대신 QR코드로 부스 위치나 정보를 볼 수 있게 준비했다. 안쪽에는 비건, 식물성 건강식 제품부터 화장품, 의류, 액세서리, 공예품까지 식물을 활용한 ‘비건 제품’으로 가득했다.

버섯으로 만든 가방과 신발.

특히 버섯으로 만든 생활용품이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해당 제품들은 가방, 신발, 키링, 카드지갑 등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또 버섯 개별 무늬가 나타나 독특하면서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탄생했다.

일반 동물가죽과 달리 바이오매스 기반의 생분해성·무독성 가죽이며 플라스틱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플라스틱 프리’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버섯균에 높은 온도를 가하면 면 형태로 퍼지면서 끈끈해지는 형질이 있는데, 이 같은 형질을 이용해 실제 생활에 쓰일 수 있는 물건으로 가공하는 연구를 통해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비건 고체 화장품.
커피박(찌꺼기)로 만든 공예품.

비건제품은 화장품, 공예품 등도 있었다. 한 부스에서는 이탈리아 친환경 브랜드로 강황·스피루리나·블랙베리 등으로 만든 비건 화장품을 전시했다. 설명을 듣던 방문객들은 “효과는 동일하며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고 고체로 만들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커피찌꺼기를 사용해 공에품을 만드는 체험도 진행됐다. 커피박 공예 관계자는 “우리나라 성인이 1년간 마시는 커피의 양은 512잔이며, 연간 버려지는 커피찌꺼기는 50만톤이 넘는다”며 “실제 재활용되는 커피박은 1%도 되지 않아 이처럼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회에 방문한 전통공예 자문위원 A씨(70대)는 “식물로 만든 공예품이 마음에 들어 구매했다”며 “나이대가 있다 보니, 비건과 건강식에 관심이 있어서 왔는데 음식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제품도 보는 등 볼거리가 풍부했다”고 말했다.

비건페어에 나온 빵.
고단백질을 강조한 비건 크래커.

식품 분야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높은 관심을 끌고 있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비건음식은 식물성 단백질 제품이었다. 실제로 단백질 비건 제품은 과자, 빵, 두유,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종류가 전시됐다.

다만 높은 가격대 등의 이유로 ‘비건’에만 초점을 맞춘 식품보다는 건강식으로 다양한 상품을 내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도 나온다.

단백질 제품을 선보인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비건 수요가 해외처럼 월등히 높다고 할 수는 없다”며 “식물성 도시락이나 과자 등 일부 카테고리에서 비건을 고정적으로 찾는 소비자가 있지만, 비건에만 매출을 기대기는 어려워 건강식에 포커스를 맞춰 제품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 세미나 강연자로 참여한 천지윤 와디즈 영업카테고리 그룹장은 “비건 자체가 제품의 특성이 되면 고객이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며 “비건은 완성된 제품에 날개를 달아주는 소비자 안심요소로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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