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자동차심의위)가 오류가 있는 데이터로 판정문을 작성했음에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심지원(가명)씨는 지난 2022년 5월 현대자동차 포터2 시티 밴을 구매했다. 차량 출고 당일 체크 엔진과 쏠림현상이 발생해 여러 차례 정비를 받았다. 정비 이후에도 동일 증상은 지속됐다. 서비스센터는 ‘정상 차량’이라며 수리를 거부했고, 심씨는 자동차심의위에 중재 신청을 요청했다.
심씨는 자동차심의위가 포터2 시티 밴 ‘휠얼라이먼트’ 검증 과정 시 추출한 데이터가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인지했음에도 시정하지 않은 채 판정문에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증 당시 1차 검증표와 2차 검증표를 비교했을 때 수치와 텍스트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현대차 관계자들과 자동차심의위 위원들에게 전달했다”며 “당시 현대차도 이를 인지했고, 심의위원회 중 위원 한 명이 검증 값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해 당연히 시정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심씨가 쿠키뉴스에 제출한 녹음 파일에도 당시 정황이 담겨있다.
휠얼라이먼트 검증 당시 참석했던 자동차심의위 소속 서기관은 심씨와의 통화에서 “1차 검증표와 2차 검증표를 비교해 보면 일치하는 부분이 없다. 그 어떤 곳에도 속하지 않은 데이터로 보인다. 저희도 중재하면서 계속 데이터가 이상하지 않냐고 얘기했다. 정확히 맞냐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솔직히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3년 3월13일 심씨는 자동차심의위로부터 신빙성에 문제가 있는 검증표가 고스란히 담긴 판정문을 받았다. 오류 가능성이 제기된 데이터값을 근거로 심씨의 중재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이후 심 씨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서기관에게 검증 당시 기록한 속기를 요청했지만 “속기 내용은 없다. 속기를 쓰게 돼 있는 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자동차관리법 제47조8에 따라 ‘자동차안전 하자심의위원회(자동차심의위)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은 회의록을 작성하여야하며 제6항에 따라 작성된 회의록은 공개하여야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심씨는 담당 서기관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직무유기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고소에 이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형법 제129조~132조에 따라 ‘직무유기’의 주체는 ‘공무원’으로 규정하는데, 자동차심의위 서기관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피의자에 대한 구성요건 해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심씨는 “자동차심의위 소속 관계자들은 공공의 업무를 하고 있지만, 처벌은 공무원만 받는다는 조항으로 억울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제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자동차심의위를 위탁 운영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심씨에게 회의록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를 안내했다고 반박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 확인해 보니 회의록은 작성해서 공개하기 때문에 홈페이지 들어가서 보면 된다고 안내했다”며 “고소한 것 역시 혐의없음으로 종료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심씨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판정문에 기재한 데이터값의 출처를 잘못 기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씨의 판정문에 따르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광주검사소에서 3차 검증을 실시한 증거로 데이터 표를 기재했다. 확인결과 해당 표는 현대자동차에서 추출한 데이터값이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광주검사소에서 검증한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대자동차와의 검증값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기재했다”고 답했다. 오류가 의심되는 데이터와 출처가 다른 검증값이 기재된 판정문이 자동차의 교환·환불을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심씨는 “재심이나 정정 요청을 했지만, 자동차심의위가 신청인의 요청에 응할 경우 가능한 구조다. 신청인이 원한다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자동차심의위는 1년 째 저의 재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