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 의혹을 파헤칠 추가 단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과 국세청이 지난 2000년대 말 노태우 일가의 차명 보험금과 장외주식에 대한 진술서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07년과 2008년 검찰과 국세청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씨가 차명 은닉하던 보험금과 장외주식 등에 대한 진술서·확인서를 받았다”며 “이를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차명으로 농협중앙회에 210억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 정 의원은 “이는 김씨가 지난 1998년 ‘904억원 메모’를 작성한 직후이며, 더는 돈이 없다고 호소하며 추징금 884억원을 미납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김씨는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 210억원의 차명 보험이 적발되자 기업들이 보관하던 자금을 차명 통장을 만들어 자신에게 건넨 122억원, 보좌진과 친인척들 명의 43억원, 본인 계좌 33억원, 현금 보유액 11억원을 합한 돈이라고 소명했다”며 “이는 은닉자금을 차명으로 다시 은닉한 것으로 금융실명법 위반임에도 국세청은 확인서만 받고 아무 조치 없이 묵인했다”고 이야기했다.
장외주식 거래 정황도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008년 검찰이 장외주식 거래 정황을 포착했다”며 “김씨는 진술서에서 정기예금 4억원으로 시작한 것이며 어떻게 증식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소명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 2005년에도 김씨 계좌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5억여원을 발견했으나 ‘부부별산제’라며 추징하지 않은 바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 돈세탁, 불법 증여는 현재진행형”이라며 “김씨의 메모 904억원, 2021년까지 기부금 형태로 아들에게 불법 증여된 152억원, 2007∼2008년 확인된 214여억원 등 불법 비자금 행방을 모두 수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노 전 대통령의 ‘300억 비자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선경 300억 메모’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선경은 SK의 옛 이름이다. 노 관장 측은 재판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선경에 유입돼 증권사 인수와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SK 성장에 노 관장의 기여분이 있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해당 내용을 부인했다. 오히려 SK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의 압박으로 건넨 돈이라고 해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비자금이 SK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 노 관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