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산다는 느낌보다는 운동에 투자하는 기분이랄까요.”
패션업계가 스포츠웨어 열풍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테니스, 골프에 이어 새 유행으로 자리잡은 스포츠인 ‘러닝’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2주간 러닝화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952% 늘었다. 무신사에서도 7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약 3개월간 러닝화 거래액이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러닝을 시작하며 러닝화 두 켤레를 구입했다는 백모(29)씨는 “매번 10km 이상을 뛰다 보니 자꾸 장비 욕심이 생긴다”며 “밴드와 무릎 보호대, 모자까지 구매했다. 같이 러닝하는 사람들끼리 ‘러닝 코어’를 공유하며 기능성과 디자인 둘 다 괜찮은 제품을 서로 추천해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러닝 시 입는 옷이나 아이템들을 통칭하는 신조어 러닝 코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제품은 러닝화이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7761억원, 2022년 3조1289억 원, 2023년 3조415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러닝화 비중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운동화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진 브랜드 성장도 눈에 띈다. 스위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On)’은 전 세계적인 러닝 붐에 힘입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9% 증가해 5억 6000만 달러(한화 7728억 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2030 사이에서 ‘반짝’ 유행했던 골프웨어는 대부분 하락세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에선 아직 선전 중이다. 젝시믹스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젝시믹스 골프의 누적 매출이 전년비 158%이상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업계는 유행성 스포츠가 업계 매출로 이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시기별로 유행하는 운동이 있고, 특히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 사이로 빠르게 확산하기 때문에 반짝 특수효과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보니 최근 업계는 스포츠웨어를 만들 때 범용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운동할 때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입기 좋은 옷들을 만드는 것이 스포츠웨어 추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