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 추진이 여러 암초에 부딪혀 잰걸음을 하고 있다. KDDX 사업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하고 전투함으로는 최초로 ‘완전 전기추진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KDDX는 대공, 대함, 대잠, 대지 등 현대전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이지스급 최첨단 함정으로, 자체적으로 건조한 국가는 세계에서도 5개국에 불과하다. KDDX 기본설계 완료된 이후 다음 절차인 상세설계 및 건조를 위한 사업 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전력화 지연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방위사업청은 KDDX 사업수주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공동으로 개발하고(상세설계) 전체 6척의 함정을 분할해 건조하는 사업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 방식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 업체 모두 방산업체로 지정되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지정 권한을 가진 산업통상자원부의 소극적 행정 처리로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울산 및 거제 지역 경제와 직결된 업체 입장이 대변되고 있어 KDDX 사업 추진을 위해서 무엇 하나 제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방위력개선사업 관리규정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함정 건조 사업의 경우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을 건조하는 것이 사업 관행으로 자리잡혀 있다. 그렇지만, KDDX 사업의 기술적 난이도, 조속한 전력화, 사업 예산 최소화 등을 고려할 때 방위사업청이 고민중인 ‘공동개발과 분할건조’ 방식이 사실상 최선책으로 꼽히고 있어 기존 관행을 벗어난 창조적 파괴가 절실하다. 그러나, 방위력개선사업 사업추진 방식에 대한 감사원 정책감사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방위사업청이 기존의 사업적 관행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 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고 경쟁 업체가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여 상생을 통한 최적의 사업방식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경우 ‘업체간 담합’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KDDX 사업 추진에 있어 이처럼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 주체는 현재로선 국회 국방위원회가 유일해 보인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수식어가 여야간 정쟁으로 최근에는 많이 퇴색되었지만, 국내 방위산업 육성에 있어선 여야간 협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KDDX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간 상생 방안 마련을 적극 중재해야 한다. 또한, 국방위원회는 방위사업청이 고민중인 ‘공동개발 및 분할건조’ 사업 방식을 이번 정기국회 기간 중 적극 검토해 국회 차원의 선제적 조치를 통해 감사원 정책감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 발생 등은 우리 국내 방위산업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이다. 미중간 해군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체에 대한 미국 해군의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도 높다. 반면, 국내 업체간 지나치게 과열된 국내 사업 수주 경쟁은 국내 업체의 해외 경쟁력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KDDX 사업의 성공적 추진은 육상 및 공중 전력에 집중된 K-방산의 글로벌 인지도를 해상 전력으로 확대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