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산업의 친환경 전환은 어디쯤…삼표 삼척공장 [가봤더니]

시멘트 산업의 친환경 전환은 어디쯤…삼표 삼척공장 [가봤더니]

- 밀폐된 1.5km 파이프라인 통해 전용선 선적, 분진 저감
- 석회석 보관부터 공정 과정 내 탄소저감 장치 곳곳에 구축
- 위험성 평가 실시, 안전체험 교육장 신설 등 안전 투자 확대

기사승인 2024-10-29 06:00:09
지난 23일 삼척항에 정박한 삼표시멘트 전용선 ‘해진호’가 삼척공장에서부터 밀폐형 파이프라인을 타고 옮겨진 시멘트를 선적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관련 기관의 허가를 받아 촬영했습니다. 사진=김재민 기자    

“삼척항이 바닷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밀폐형 하역 설비를 통해 시멘트를 전용 화물선에 실을 때 분진이 날리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시멘트를 운반·이송하는 파이프라인에 대한 지속적인 안전 점검과 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방문한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소재 삼표시멘트 공장에선 온실가스 감축, 안전관리에 대한 설비가 공정별로 꼼꼼히 갖춰져 있었다. ‘시멘트공장’이라는 단어로 연상되는 분진이나 연기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1957년 한국 최초 시멘트공장으로 설립돼 6.25전쟁 이후 국가 복원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하며 증설을 거듭해 온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은 기후위기 등 시대적 요구에 따라 친환경을 위한 변화와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공장 진입 전 들른 삼척항에는 삼표시멘트 전용선 ‘해진호’가 정박해 있었다. 삼척공장에서 생산된 분말시멘트 등은 약 1.5km 길이의 파이프라인 속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곳 전용 선박으로 옮겨지게 된다. 현장 설명을 맡은 장창우 삼표시멘트 해무팀 수석은 “시간당 700~900톤가량 선적이 가능하며 10~12시간 동안 선적해 한 척당 7000~1만톤까지 운송한다”며 “이를 광양, 인천, 제주, 부산 등 11개 연안 공장으로 운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표그룹은 계열사 삼표해운을 통해 시멘트 전용선 8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부 전용선 5척, 일반 운송석 1척 등 총 14척의 선박으로 전국 각지에 시멘트를 보내고 있다.

삼표시멘트는 이러한 시멘트 운송 과정뿐만 아니라 생산·공정 전반에 걸친 환경 개선, 온실가스 감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공장 내 위치한 축구장 4개 크기에 해당하는 석회석 보관장은 지난 2022년, 전체를 지붕으로 덮어 밀폐형으로 구축해 비산을 원천 차단했다. 우천 시에도 석회석이 보호돼 효율성까지 높였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삼표시멘트 6,7호 예열기 라인 공정 전경.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예열탑을 통해 1차 가열된 원료가 소성로를 지나 클링커(시멘트 중간제품)로 생산, 쿨러(가운데)를 거쳐 사일로(왼쪽 콘크리트 저장고)에 저장돼 이후 석고 등을 첨가해 시멘트로 탄생된다. 사진=김재민 기자  

공장 내부로 이동해 기자가 도착한 6,7호 예열기 라인 공정에선 석회석이 시멘트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120m 높이의 예열탑에 석회석·점토 등 시멘트원료를 투입해 900도가량으로 1차 가열해 열효율과 생산성을 높인 뒤 △사실상 주공정에 해당하는 소성로(킬른)를 거치는 과정에서 최대 2000도까지 가열해 작은 조약돌 형태의 클링커를 생산한다. △소성로에서 나온 클링커는 매우 고온의 상태이므로 이를 쿨러에서 100도 이하로 급냉해 사일로(저장고)에 저장한 뒤, 이후 시멘트공장에서 석고 등을 첨가해 미분쇄하면 분말 형태의 시멘트가 생산된다. 실제로 직경 5.7m, 길이 87m의 소공로에선 뜨거운 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문제는 이러한 고온 가열 과정에서 유연탄 등이 사용되면서 먼지, 질소산화물 등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이를 저감하기 위해 삼표시멘트는 유연탄의 약 34%를 폐합성수지, 건축폐기물, 폐타이어 등 순환자원으로 대체하고, 석회석을 플라이애시, 슬래그 등으로 대체한 혼합시멘트를 확대하고 있다. 조희석 삼표시멘트 공정개선팀장은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공정배출과 연소배출을 개선해야 하는데, 오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및 석회석을 각각 58%, 7%씩 순환자원으로 대체하고 친환경 혼합시멘트 생산을 22%로 확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공로 옆 쿨러 굴뚝에선 먼지가 배출되고 있었으나 아지랑이 형태로 간신히 눈에 보이는 수준이었다. 조 팀장은 “굴뚝을 통해 폐열과 먼지가 배출되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는데, 삼척시와 가깝기 때문에 저희는 여과집진기를 통해 법적기준인 20mg/m³보다 더 낮은 5~8mg 수준의 먼지를 배출하고 있다”면서 “질소산화물 역시 SCR(선택적환원촉매) 설비 구축 등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현재의 70~80% 수준으로 저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표시멘트는 SCR을 포함한 전 과정의 대기질 개선 및 친환경 설비 투자에 총 17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중앙제어실(CCP) 전경. 사진=김재민 기자 

이 같은 친환경 시스템은 컨트롤타워인 중앙제어실(CCP)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된다. 중앙제어실에선 4~5명의 직원이 수십 개의 모니터를 통해 생산 과정, 위험 상황 감지뿐만 아니라 먼지·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수치화해 실시간 점검하는 등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 공모에서 주관 사업자로 선정된 삼표시멘트는 시멘트산업에 맞는 장비와 AI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구축해 공정 자동화율 및 자율제어 예측정확도를 9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조 팀장은 “AI 자율제조 시스템이 도입되면 오퍼레이터(기계를 조작하는 사람) 없이 자동으로 제어·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클링커를 분쇄해 시멘트를 만드는 공정 자율은 2027년을 목표로, 화재 등 위험성이 더 높은 클링커 제조 공정을 포함한 자율화는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전한 근로환경이다. 삼표시멘트는 안전문화실천추진단·안전보건협의회 등을 운영하며 대내외 안전보건활동을 확대하고, 잠재된 위험 발굴을 위해 지난해 1106건의 위험성 평가를 실시해 643건의 감소 대책을 수립, 이 중 544건을 실제 개선한 바 있다. 또,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600평 규모의 안전체험 교육장인 ‘Safety Training Center’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심연석 삼표시멘트 CSO(최고안전책임자)는 “과거에는 안전과 이윤이 충돌하면 원가 중심의 선택을 했지만, 이제는 무조건 안전이 우선이고 안전이 확보되면 영업이익은 저절로 따라온다”며 “안전관리비용으로 최근 5년간 300억원 이상을 투입함과 동시에 위험성 평가를 중심으로 현장 안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문제 발생에 대해 확실한 후행조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장 견학에 동행한 배동환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사장은 “시멘트산업의 발전과 가치 향상은 물론, 업계 전반의 친환경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