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재 기업 제이오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반도체 관련 제조업체 이수페타시스가 장중 급락세를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사업과 괴리감이 큰 사업체의 경영권 인수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42분 기준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1.42% 급락한 2만4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이달 들어 1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같은 급락세는 주주들의 기대치에 어긋난 유상증자 발표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8일 발행주식 대비 31.75에 해당하는 신주 2010만주를 2만7350원(예정 발행가)에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약 5500억원의 자금조달이 이뤄질 전망이다.
조달된 자금은 시설자금 2500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2998억원에 쓰일 계획이다. 특히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와 함께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와 3000억원 규모의 2차전지 탄소나노튜브(CNT) 소재 전문 제조기업 제이오의 경영권 인수도 발표했다.
메리츠증권은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 발표 이후 보고서를 통해 목표주가를 기존 5만4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통상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는 매도 의견을 찾아보기 어려워 중립 의견이 사실상 매도로 해석된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하방 압력은 단순히 주당순이익(EPS) 희석에 따른 영향보다 더 크다고 판단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2가지 의사 결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수페타시스의 주주는 인공지능(AI) 기반 고다층기판(MLB)의 고성장을 공유하기 위한 투자자이지 2차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라며 “회사는 이번 경영권 인수의 대외적인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진행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공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연구원은 “제이오 주요 고객사는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성장세 둔화 영향에 장기 공급 계약이 취소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제이오 인수 의사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 및 검토 내용, 중장기 제이오의 성장성에 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