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당 정치인 출신인 스틸 대사가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점검하고 미국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통상 성과를 끌어내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어 능력이 양국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동시에 미국의 요구를 보다 정교하게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31일 외교가에 따르면 스틸 대사는 부임 전부터 경제·통상 현안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스틸 대사는 지난 5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이 어디에서 조달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도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누리는 것과 동등한 수준의 시장 접근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미국의 대한국 수출 확대에도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사 인준 이후 첫 주요 공개 행보도 한미 간 투자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스틸 대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서 한미 조선 협력을 두고 “동맹이 미국 산업 활성화라는 새롭고 중요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약속한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투자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화의 필라델피아 조선소 투자와 HD현대·삼성중공업의 미국 기업 협력 사례도 언급했다.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는 양국 정부 관계자와 조선업계 인사 등 약 130명이 참석했다.
스틸 대사는 부임을 앞두고 워싱턴DC에서 쿠팡과 구글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면담이 이뤄졌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한국 정부의 쿠팡 제재와 디지털 기업 규제가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스틸 대사가 인준청문회에서 미국 기업의 동등한 시장 접근을 강조한 만큼 관련 사안이 향후 한미 간 경제·통상 현안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스틸 대사가 과거 주한미국대사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를 관리하고 한국 내 우호 여론을 형성하는 전통적인 외교 역할뿐 아니라, 대미 투자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미국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실리적 협상가로서의 성격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맹국과의 관계에서도 투자와 무역 성과를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주한미국대사의 활동 범위를 산업·통상 분야로 넓힐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스틸 대사가 직업 외교관이 아닌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그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미 의회 인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정치적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이기도 하다. 스틸 대사는 지난 6월17일 미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압박 등을 통해 동맹 관계를 실리 중심의 경제안보 동맹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며 “스틸 대사는 대미 투자 이행을 조율하는 첨병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스틸 대사는 선명한 반중·반공 노선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며 “이번 인선 자체를 한국이 대중국 견제 기조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스틸 대사가 한국계 인사라는 점에서 한미 간 외교 소통이 한층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스틸 대사가 한미동맹과 한미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미관계 강화와 양국 국민 간 우정 증진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틸 대사의 한국어 능력과 한국에 대한 이해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기에 미국 행정부에 한국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의 문화와 정서까지 고려해 미국의 요구를 압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친숙한 인사라는 점과 한국의 국익에 우호적인 인사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스틸 대사의 정치적 네트워크와 한국에 대한 이해를 우리 입장을 미국 행정부에 설득하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스틸 대사의 워싱턴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기자 95923ki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