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의 누출을 막고 핵융합 반응에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기체 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한 순간에 정확히 꺼내 쓰는 저장 기술이 필요하다.
핵융합 연료 저장용기는 기체 상태의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감손우라늄과 결합해 금속수소화물 형태의 고체로 보관한다.
연료를 용기 내부에 고체 상태로 붙잡아 두기 때문에 기체로 저장할 때보다 누출 가능성을 낮추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핵융합 반응에 연료가 필요하면 저장용기에 열을 가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금속수소화물과 결합했던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분리돼 다시 기체로 나온다.
용기는 이렇게 꺼낸 연료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토카막의 연료공급 장치로 보낸다.
핵융합 반응에서 사용하지 않은 연료도 회수·정제한 뒤 용기에 다시 저장한다.
이 용기는 하나의 장치로 연료의 저장과 공급을 반복하며 회수·정제 계통과 함께 닫힌 연료주기를 구현한다.
단순한 연료탱크를 넘어 핵융합 연료 순환의 출발점이자 종착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삼중수소의 반입·반출량과 보유량을 관리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저장용기의 성능과 신뢰성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안정적인 운전과 방사성 물질 안전관리를 좌우한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은 12일 본원에서 일진파워·에이젠코어 컨소시엄과 ‘ITER 삼중수소 저장·공급 용기 설계 및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은 저장용기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과 검증, 본품 생산, 검사·시험까지 맡고, 연료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전용 제작시설도 확보해 운영한다.
일진파워는 원자력 압력용기 제작 역량을 제공하고 에이젠코어는 핵물질 취급시설의 인허가와 안전관리를 담당한다.
두 기업은 2027년까지 최종설계 승인을 받고 2030년까지 ITER에 본품 28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ITER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건설하는 국제 공동 핵융합실험로로, 핵융합 반응으로 500MW급 열출력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는 한국은 지난해 3월 ITER 국제기구와 체결한 조달약정에 따라 삼중수소 저장·공급시스템(Storage and Delivery System·SDS)의 최종설계와 제작, 시험, 납품을 담당한다.
SDS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저장·공급하고 ITER로 들어오고 나가는 삼중수소의 양과 재고를 측정하는 연료주기의 핵심 설비다.
삼중수소가 자연적으로 붕괴하면서 생성하는 헬륨-3도 포집한다.
SDS는 글로브박스 등을 활용한 이중 격납 구조로 삼중수소의 외부 누출을 막는다. 제어시스템은 압력과 온도, 유량 등 운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KFE는 SDS 조달사업을 계통과 저장용기 분야로 나눠 추진한다.
지난 5월 SDS 계통 설계·제작을 시작한 데 이어 이번 계약으로 연료 저장용기의 설계·제작에도 착수했다.
참여 기업들은 이번 사업을 통해 ITER의 엄격한 안전·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저장용기 제작 기술과 핵물질 전용시설 운영 경험을 확보할 계획이다.
KFE는 이를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와 미래 상용 핵융합로에 필요한 연료주기 설비의 국내 제작 기반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현곤 ITER한국사업단장은 “핵융합 연료 저장용기는 방사성 물질을 직접 다루는 만큼 설계와 제작, 시험 전 과정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참여 기업과 기술·품질 관리를 강화해 2030년까지 저장용기 조달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