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전동침대업계가 병원에서 쓰이는 전동침대를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려는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은 의료기기 분야에서 최초로 병원용 침대에 대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지정이란, 중소기업청이 지정하는 것으로 국내제조 및 용역 회사에 대해 공공기관 입찰 시 중소기업에 우선권을 주고 중견기업에 자격 제한을 하는 근거가 되는 규정이다.
사건의 발단은 대기업 진출 탓이다. 가구 전문업체인 퍼시스가 전동침대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을 낮춰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2012년 기준 6.7%로 집계됐으나, 지난해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전동침대 업체는 31개소로 시장규모는 250억원이며 요양병원 등의 설립 증가로 인해 증가 추세를 보이다 최근에는 시장 확대가 주춤하고 있다.
이에 한림의료기, 신창의료기, 태동프라임 등의 국내 유수의 생산업체는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했고, 이에 대한 돌파구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지정을 선택해 중소기업 보호를 주문했다.
2월 신청·접수를 받은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요건 검토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15일까지 중소기업청으로 지정추천을 하고, 중소기업청은 관계부처 협의 및 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친 다음 통과하면 6월 중에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을 지정 공고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제품공공구매제도 운영안에 따르면, 전동용 침대의 품목 지정 시 향후 공공기관 입찰 자격 기준이 적용돼 적합한 회사만 입찰 자격을 갖게 되며 중견기업, 수입사 모두 입찰에 참 할 수 없게 된다.
조합 측은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무리한 가격인하와 시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특별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안건에 대해 10여개의 국내 제조 및 수입사간 모임이 결성, 공동의견 제출 및 민원 제기를 위해 의견을 취합 중 이다.
◇중견기업, 수입사 반발…“독점하겠다는 것”
해당 제조사 외에 퍼시스를 포함한 중견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국내 공공기관 납품 실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소기업은 입찰 여력이 없거나 제품사양이 맞지 않고, 결국 입찰 가능한 업체는 1~2개사 정도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명목 하에 특정업체에 대한 독점권 부여로밖에 볼 수 없으며, 같은 제조사로서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을 해온 제조사에 대한 불이익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고사양 제품의 경우 국내업체들의 기술이 미치지 못함에도, 관련 품목 지정 시 공공기관의 경우 필요한 사양보다 저사양 제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역시 검토의견서에서 “중소제조업이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나,
현재 시장에서 실질적 판매 가능사가 1~2개 뿐이고, 제도 시행 시 결국 수의 계약을 통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경쟁의 기술개발 동기를 저해하고 결국 해당 제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게 된다”고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또한 의료기기는 중소 제조기업과 수입사간의 선점하고 있는 시장과 제품의 품질 차이가 뚜렷해 국민보건 상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환자에 대한 안전성 보장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실질적으로 전동침대 시장은 중견기업 2개 업체를 포함해 상위 5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따라서 중견기업 2개 업체가 공공시장 납품을 못한다고 해도 혜택은 현재 과점중인 상위 3개사에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혜택이 모든 중소기업에 돌아갈 수 있더라도, 공공시장은 20억 미만으로 많은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키워나가려는 의료기기 시장에서 의료용 전동침대가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는 것은 해외판로를 개척하려는 국내기업들의 내수입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수입사는 “국내 많은 병원들이 중환자실 등의 경우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의료기기가 많지 않아 고가의 수입의료기기를 구매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병원의 시설투자 비용증가가 의료서비스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최종적으로는 환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객사인 병원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한 대학병원 구매팀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될수록 소비자는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 여러가지 제품 중 병원에서 원하는 품목을 정할 수 있다”며 “마트 문 닫는다고 재래시장을 가지 않는 것처럼, 폐쇄적인 중소기업 보호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임솔 기자 slim@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