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지멘스, 필립스 등으로 일컬어지는 영상진단장비 빅3 업체가 한정된 파이를 놓고 서로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인 GE, 지멘스와 달리 필립스가 가장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3년 실적 분석결과를 보면 수출은 GE초음파가 2억4000만 달러로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부동의 삼성메디슨(2억2000만 달러)을 제쳤다. 수입 상위업체는 지멘스(1억6000만 달러) MRI가 1위를 기록했다. 필립스는 자체 생산기지가 없어 생산, 수출 실적은 없으며, 수입 실적은 10위를 기록했다.
우선 필립스는 대형병원들의 구매여력이 떨어진데다 초음파 급여 적용으로 인한 중소병원, 의원급의 시장 확대를 위해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 유통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지난 달에는 원익과의 계약을 통해 300병상 이하급 병원의 초음파 유통을 비롯해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응급실 등 현장진단(Point of Care)분야 제품 유통을 맡기기로 했다.
원익의 중소병원 시장 영업력과 필립스의 고기능을 갖춘 초음파 브랜드가 손을 잡음으로써, 판매망을 확대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원익이 보급하는 필립스 초음파기기들은 클리어뷰 550, 클리어뷰 650, CX50, HD15 등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면서도 뒤지지 않는 품질을 내세우기로 했다.
IU22 다이아몬드 셀렉트 프로그램인 '중고의료기기 재판매' 제도도 도입한다. 종합병원에서 사용하는 고사양의 IU22 초음파기기를 회로판과 미세부품까지 모두 드러나도록 완전 분해한 다음, 부품을 정밀 재구성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게 된다. 최신 초음파 장비가 필요하지만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병원들에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호봉 원익 진단사업부장은 “목표로 하는 세분화된 의료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사양의 초음파 장비를 도입하려는 병원들에 매력적으로 어필할 것”이라며 “원익이 30년간 쌓아온 병원 유통망과 친숙한 필립스 브랜드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필립스는 오는 18일 환자케어 및 모니터링 시스템(PCMS: Patient Care and Monitoring System)과 진단영상 시스템(IS: Imaging System) 사업부문에서 신규 유통 파트너사 모집을 위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
PCMS는 ▲300병상 미만 규모 병원에 대한 PCMS 전체 제품 ▲Mother&Child Care 부문 ▲자동제세동기(AED) ▲호흡기(Respiratory) 부문 등이며, IS는 ▲디지털엑스레이(DR) ▲이동형 수술용 엑스레이(C-ARM) ▲CT(300병상 미만) ▲MR(300병상 미만) 등의 판매를 맡긴다.
필립스 관계자는 “대형병원의 구매력은 떨어지는데 비해 300병상 미만에서의 시장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그간 프리미엄 시장에만 주력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300병상 미만 병상의 중저가 시장에서 성능은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낮춘 제품 판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멘스 헬스케어…진단검사의학 장비 영역 확대
지멘스 헬스케어의 눈에 띄는 전략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진단검사의학과로의 영역 확대다.
지멘스는 최근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강원대병원에 차세대 진단검사 자동화 솔루션인 앱티오 오토메이션(Aptio Automation)을 설치했다.
앱티오 오토메이션은 중대형 규모의 진단검사실에 최적화된 자동화 솔루션으로, 대용량 워크스테이션과 면역검사 시스템, 생화학검사 시스템, 혈액검사 시스템을 통합 연결한 시스템이다. 원형 트랙에 전처리, 후처리 모듈과 면역, 생화학, 혈액학 등 분석장비를 검사실의 환경과 공간에 적합한 모듈 맞춤형 패키지로 계약한다. 검사실 내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검사의 흐름을 개선하게 돕는다는 설명이다.
혈액자동화검사 외에 비타민D 측정 장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드비아 센토(ADVIA Centaur) 비타민D 검사는 비타민 D2, D3가 동시에 측정 가능한 전자동면역장비로, 비타민D의 결핍, 부족, 충분, 독성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한다고 소개했다.
기존 영상의학과 외에 진단검사의학과 검사 영역을 키우면서 회사측도 동반성장할 수 있는 영역 확대인 셈이다.
전세계 다른 나라 지사의 장비거래에도 적극적인가 하면, 친환경 병원 솔루션 구축 등 영상장비 이외의 사업 다각화에도 한창이다.
지멘스 측은 “2013년 한국 지멘스의 순수고객추천지수는 72.4%로, 전세계 지멘스 헬스케어의 전체 평균치인 53.1% 보다 월등히 높았다”며 “한국인의 적극적이고 고객만족을 이끄는 태도로 지속적인 성장과 매출 향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GE헬스케어…국내 생산기지로 제조사 입지까지 굳혀
GE헬스케어는 국내 생산기지를 확대해 외화벌이를 하는 수입사만이 아닌 제조사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GE는 지난해 한국에 100억원 규모의 초음파 생산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신흥시장에 초음파를 수출하고, 전세계에 판매되는 GE초음파 3대 중 1대가 한국에서 생산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초음파는 전세계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한국 GE에게 효자상품이다. 진단 외에 치료영역까지 확대되고 매출이 30% 이상 늘어났으며, 국내 의료기기 전체 품목에서 생산3위, 수출 1위라는 독보적인 실적을 견인했다.
또한 GE는 맘모그래피 글로벌 연구개발 및 생산기지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10년간 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음파 등을 무기로 또다시 국내 수출 1위를 달성할지 주목된다.
GE헬스케어 측은 “한국 시장은 비록 작지만 한국인의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에 대해 미국 본사에서도 인상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GE가 그저 외국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회사가 아닌 한국인과 상생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임솔 기자 slim@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