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은 대체 뭐가 다를까… 결국 심사의 공정성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은 대체 뭐가 다를까… 결국 심사의 공정성

기사승인 2015-11-26 17:18: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지난 20일 열린 제52회 대종상 영화제는 주연상 후보 9명이 불참을 선언하며 대리수상이 남발해 체면을 구겼습니다. 몰아주기 논란에 이어 참가상 논란까지 낳았죠. 그에 비해 26일 개최되는 제36회 청룡영화상은 별다른 논란 없이 무난하게 개최될 전망입니다. 두 영화상에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렇게 다른 걸까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시상식과 영화제는 다릅니다.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숫자의 영화를 상영하며 마지막 날 시상을 하는 영화제와 달리 시상식은 한 해 동안 개봉된 영화를 두고 하루에 몰아서 상을 주죠. 영화제가 영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면 시상식의 꽃은 상(賞)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상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사 과정입니다. 대종상이 권위가 떨어지고 ‘대충상’ ‘참가상’이란 비아냥을 듣게 된 것도 대중이 대종상의 심사 기준과 결과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번 대종상 예선 심사위원은 50명 내외의 전문 기자단과 30명 이하의 영화 전문가(연출, 촬영, 미술 조명 등), 20명 이하의 일반인까지 100명이 이르는 데 비해 본선 심사위원은 영화인 5명과 학계, 예술계, 문화계 등의 전문가 10명으로 15명에 불과합니다. 적은 수의 심사위원이라 한쪽으로 쏠리기도 쉽고 방송사 이사장과 변호사가 포함되는 등 전문성이나 대표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겠죠. 지난 대종상 심사에 참가했던 한 심사위원은 “최근 영화의 흐름을 잘 모르는 원로들이 나오다 보니 폭넓은 시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한 매체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청룡영화상도 일부 심사위원이 상의 주인을 가리는 건 같습니다. 영화 전문가의 설문조사와 네티즌 투표 합산해 후보를 선정하고 시상식 당일 전문 심사위원단의 심사와 투표를 통해 최종 수상자, 수상작을 가리는 방식이죠. 하지만 시상식이 끝나고 각 심사 위원들의 심사 결과와 심사 전 과정을 신문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발표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어 시상식 도중에 무대 뒤에서 트로피에 수상자 이름을 새기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죠.

외국 시상식의 경우는 어떨까요. 미국의 아카데미상은 5800여명으로 구성된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회원이 두 번 투표해 후보와 수상자,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아카데미 회원은 작가, 배우,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음악감독, 미술감독, 편집기사 등 영화인으로 구성돼 있고, 후보를 선정할 때 자신이 속한 부문에만 투표할 수 있습니다. 공정성을 위해 공적인 영화 관련 모임을 금지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두기도 합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미국의 음악상 그래미 어워드의 경우 나라스(NARAS)라고 불리는 미국 리코딩 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심사를 맡습니다. 음악인, 프로듀서, 스튜디오 기술자 등 약 1만3000여 명의 음반 산업 종사자로 구성된 나라스의 투표에 의해 수상 결과가 정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수상작, 수상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카데미상 수상이 반드시 영화의 질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 영화평론가 리처드 콜리스의 말처럼 아카데미 회원에 고령의 백인이 많아 한쪽으로 치우치곤 한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유독 박하다거나 명감독이나 명배우를 너무 늦게 인정한다는 의견도 있죠.

공정성을 이유로 새로운 상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아카데미 종신회원 10명이 수상작을 정하는 프랑스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은 10유로의 상금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죠. 돈으로 상의 권위를 사기보다 명예를 중시하겠다는 취지는 인정할 만 하지만 남성작가에게 상이 몰려 보수성, 공정성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공쿠르 상의 남성 편향에 맞서 페미나상이, 보수성에 대한 반발로 르노도상이 탄생되기도 했습니다. 페미나상의 심사위원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고 르노도상은 공쿠르상의 발표 직후 그 현장에서 기자 비평가 등 10여명이 수상자를 발표한다고 하죠.

상(賞)은 귀합니다. 하지만 상 그 자체만으로 권위를 갖는 것은 아니므로 상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겠죠. 오랜 전통이나 공정한 심사 과정이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만큼 공정성 논란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작품 수가 많고 심사위원의 수가 적을수록 논란이 생길 가능성은 더 커지겠죠. 그럼에도 공정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대종상이 고민해야 할 건 시상식에 배우들을 참석시키는 방법이 아닙니다. 어떻게 공정성 시비를 없앨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대종상의 부활을 이끌어낼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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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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