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가수 루시드폴이 제주도에 머문 지 2년이 지났다. 루시드폴에게 새 앨범 ‘누군가를 위한,’은 지난 앨범을 발표한 이후 2년간의 기록이다. 음악인 루시드폴, 사람 조윤석이 제주도에서 살며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위한,’에는 제주도의 색깔이 흠뻑 묻어있다.
루시드폴은 정규 앨범을 고집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을 빠르게 소비하는 지금 시대에 뒤떨어질 생각은 없다. 루시드폴은 지난 11일 CJ오쇼핑을 통해 방송된 컴백 특별 홈쇼핑 ‘귤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해 직접 새 앨범을 판매했다. 새 앨범과 직접 농사를 지은 귤 1㎏를 묶은 패키지 상품 1000개는 순식간에 완판됐다. 루시드폴은 방송 내내 귤 모양 탈을 뒤집어 쓴 채 ‘누군가를 위한,’을 듣고 보고 맛보는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도산대로 안테나뮤직 사옥에서 만난 루시드폴은 홈페이지에서 배송된 귤이 안 깨졌다는 팬들의 글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며 기뻐했다.
Q. 정규 7집 앨범 ‘누군가를 위한,’을 소개한다면.
“많은 분들이 CD가 끼워진 책인지. 책을 주는 CD인지 궁금해 하더라고요. 앨범이라고 말하는 것 외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앨범을 준비한 이유는 담고 싶은 게 많아서예요. 요즘 대부분 모바일로 음악을 많이 듣지만 음악과 함께 다른 것들도 같이 들을 수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내가 팬이라면 예전처럼 손에 넣을 수 있는 앨범을 갖고 싶다고 생각할 것 같았거든요. 앨범 형태로 묶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글이었어요. 원고지 160매 정도 되는 동화를 쓰고 나니까 OST 같은 노래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5곡을 썼어요.”
Q. 제주도에서 살면서 변한 점이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지난 3~4년 전이 그랬어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불편해하고, 뭘 싫어하는지가 또렷해지는 과정이었죠. 전 제가 사회적이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이야기도 좋아하고, 예능감도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그런 것들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잘하는 것 같지도 않았죠. ‘난 내향적인 사람이구나’라는 걸 굉장히 늦게 알게 됐어요. 평생 도시에서만 자라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내가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보다 바다나 산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2년 전에 확실히 알게 됐어요. 마침 곧 결혼할 예정이었던 지금의 아내도 마찬가지였고요. 내가 서울에서 꼭 있어야할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보니 없었어요. 그러면 ‘시골로 가자’고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실행에 옮긴 거죠.”
Q. 어떤 계기로 동화를 쓰게 됐나.
“작년에 동네 친구 세 명을 만나서 함께 일했어요. 그 중 저와 나이가 같은 한 친구가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학부형이었어요. 그 친구가 일주일 한 번씩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하더라고요. 시골이라 한 학년에 1반까지만 있을 정도로 학생 수가 적거든요. 학부형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그 친구가 “너도 할래?”라고 물어봤죠. 거절하기도 그렇고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게 작년 말까지 매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시간을 보냈죠. 저에겐 아이들하고 긴 시간동안 얘기하며 부대끼는 기회가 처음이었어요. 마침 동화책 번역 제안이 들어와서 흔쾌히 받아들였고 아이들에게 책 선물도 해줬어요. 아마 그게 좋아서 동화를 쓰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더 쉽고 단순한 글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일본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책을 읽으며 힘을 얻었죠.”
Q. 제주도에 뮤지션들이 많이 사는데 자주 만나나. 제주 생활에 대해 조언해주진 않았나.
“서울 떠나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원하지 않는 관계가 너무 많아졌다는 거예요. 난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몇 명의 친구만 깊게 좋아하고 싶은 사람이지, 두루두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란 걸 느꼈죠. 내려가서도 많은 분들을 만나지 않았고, 외로워하지도 않았어요. 이상순은 원래 친한 친구기 때문에 처음부터 의지를 많이 했어요. 나머지 분들은 거의 뵌 적이 없어요. 이름은 알지만 절친하진 않아서 오며가며 인사하는 정도였죠. 이상순은 자주 보는 편이고요.”
Q. 앨범 제목에 적힌 ‘누군가’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앨범의 영어 제목을 보내달라고 해서 생각한 게 ‘섬원, 섬웨어(Someone, Somewhere)’였어요. 영미 권에서 잘 알려진 가수의 음반을 찾아듣고 아마존에서 구입해서 듣곤 하는데 그의 SNS를 찾아가서 ‘당신 팬이다’라고 하면 10명중 8명은 ‘어떻게 내 노래를 알았냐’고 반응해요. 아마 그 가수는 저란 존재를 몰랐겠죠. 한국이라는 나라까지 자신의 노래가 닿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분명 세상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노래를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언어를 알지 못하는 뮤지션의 음악에서 감동 받듯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를 위한 앨범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 혹은 믿음을 담아서 제목을 붙였죠.”
Q. 대부분 노래들이 낮고 편하다. 그런데 어떤 때는 지루할 때도 있다. 루시드폴 음악의 특징은 뭘까.
“전 제 목소리가 싫어요. 가수들이 다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좀 아쉽죠. 저도 운전하면서 제 음악을 들으면 잘 안 들리더라고요. 발성이 좋은 정승환이나 이진아양이 노래 부르는 걸 옆에서 보면 목소리가 머리에서 섬광처럼 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안 되나 봐요. 그런데 계속 불만만 가질 순 없잖아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그나마 내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게 쓰자고 생각했어요. 내 목소리가 잘 들릴 수 있는 음역과 템포에 맞추기 위해 데모 작업도 길게 했어요. 일본에서 앨범 믹싱을 할 때도 엔지이너에게 ‘목소리 잘 들리게 해 주세요’라는 얘길 계속 했죠. 뭐가 장점인지는 모르겠지만 핸디캡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자꾸 극복하려고 하다 보면 듣는 분들 입장에서 좋게 들리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앨범은 전작들에 비해 듣기 편하게 녹음됐다고 생각해요.”
Q. 홈쇼핑으로 앨범을 판매하는 방식이 특이했다. 얼마나 앨범이 안 사면 이렇게까지 하나 싶으면서도 앨범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싶은 뮤지션들의 고민도 많을 것 같다.
“정규 앨범에 곡을 담아서 내는 뮤지션이 있을 것이고 싱글 앨범을 내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뮤지션도 있을 거예요. 영미권 음악 시장은 한국보다 훨씬 일찍 싱글 앨범을 중심으로 움직였죠. 판단은 각자의 몫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싱글 앨범으로 음악을 발표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요. 제가 이해하는 제 음반은 곡 단위로 쪼개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요. 그런 고민 끝에 앨범에 뭔가를 더 부여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철저하게 제 입장에서 생각하다가 홈쇼핑 판매라는 결과물이 나온 거죠.”
Q. 최근에 1집 앨범은 들어 본적이 있나. 그때와 음악적 감성에 변화가 있다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더라고요. 예전 음반은 잘 안 듣게 돼요. 서투르게 만들었고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안 듣게 되죠. 그런데 지난여름에 재밌는 경험을 했어요. 마스터링 스튜디오를 알아보러 일본 도쿄에 갔는데 보사노바 틀어주는 바에 갔더니 제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손님인척 있으면서 원하지 않게 1~3집 노래를 듣게 됐어요. 그때 들으면서 ‘내가 별로 안 변한 것도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물론 그때는 인디시절이었고 기술도 형편없었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느꼈죠. 어쩌면 그게 루시드폴인 것 같아요. 노래를 잘하지도 않고 연주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아직까지 루시드폴 음악을 듣는 건 그런 건가하고 처음으로 생각했어요. 예전의 나는 어디 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Q. 루시드폴을 정의한다면.
“뮤지션이죠. 가사를 쓰지만 글을 쓴다고 할 수는 없어요. 음악 하는 사람, 노래를 만드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음악인인 것 같아요. 변하지 않는.”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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