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밀려오는 사전 제작 드라마… 쪽대본 사라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밀려오는 사전 제작 드라마… 쪽대본 사라질까

기사승인 2016-01-05 18:59: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쪽대본이 없어지면 좋겠다”

배우 차태현은 지난달 31일 KBS 연기대상’에서 미니시리즈 남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태현은 지난해 17.7%(닐슨코리아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KBS2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에 출연해 열연을 펼치며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감사를 전해야 할 수상소감에서 드라마 제작 환경에 문제를 지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만큼 ‘생방송 드라마’의 열악한 제작 환경 개선이 배우들에게 절박한 문제라는 얘기 아닐까요.

어쩌면 차태현의 바람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사전 제작되는 드라마가 여러 편 방송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김우빈과 수지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함부로 애틋하게’를 비롯해 이영애 주연의 SBS ‘사임당, 더 허스토리(the Herstory)’는 100% 사전 제작으로 촬영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준기와 아이유의 ‘보보경심 : 려’, 박서준과 고아라의 ‘화랑 : 더 비기닝’도 100% 사전 제작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이미 전체 분량의 촬영을 마친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KBS2 ‘태양의 후예’는 다음달 방송될 예정입니다.

유독 한국 드라마가 ‘쪽대본’을 고집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전 제작으로 완성된 이전 작품들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죠. 드라마 ‘비천무’는 한중 합작으로 2004년 2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사전 제작됐지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방송사 편성을 확보하지 못해 4년 간 떠돌다가 2008년에서야 방영되기도 했죠. 2009년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와 2010년 MBC 수목드라마 ‘로드 넘버원’ 역시 사전 제작으로 완성도를 높였지만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분위기가 바뀐 건 ‘반(半) 사전 제작’ 드라마 덕분이었습니다. 100%는 아니어도 완성된 대본이 있거나 절반 정도의 분량을 사전 제작하는 방식이죠. 대표적으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반 사전 제작을 통해 완성도와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은 JTBC 금토드라마 ‘라스트’와 JTBC 금토드라마 ‘송곳’, OCN 토요드라마 ‘나쁜 녀석들’도 반 사전 제작으로 탄생된 작품들이죠. 앞선 드라마들의 영향 때문인지 올해 방송되는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과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OCN 주말드라마 ‘동네의 영웅’도 반 사전 제작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드라마의 반 사전 제작 방식에 대해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시청자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는 융통성과 정해진 기간에 빨리 찍는 효율성을 살리고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며 100% 사전 제작보다는 반 사전 제작이 장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100% 사전 제작 드라마가 갑자기 많아진 건 중국 시장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도입된 사전 허가제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드라마를 방영하려면 미리 중국 정부의 방송정책 담당부서에 완성본을 제출해야 합니다. 중국 자본을 들여 제작되는 한국 드라마들은 한·중 동시방영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100% 사전 제작 방식이 필요합니다. 최고가 기록을 세우며 중국에 선판매된 ‘태양의 후예’, ‘사임당, 더 허스토리’, ‘화랑: 더 비기닝’등이 사전 제작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거죠.

배우들은 제작 환경의 변화를 반기고 있습니다. 이영애는 지난해 11월 ‘사임당, 더 허스토리’ 기자간담회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기존 제작 환경에 참여하기엔 내가 너무 버거울 것 같았다”며 “사전 제작을 통해 양질의 작품을 만들면서 엄마로서의 일도 소화하고 싶었다. 사전 제작으로 인해 내가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서강준도 지난달 22일 ‘치즈 인 더 트랩’ 제작발표회에서 “반 사전 제작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신기하기도 했고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굉장히 좋다”고 밝혔습니다.

‘쪽대본’으로 인한 문제점들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배우들의 불만,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방송사고, 갈수록 떨어지는 완성도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죠. 오랜 시간 변하지 않던 제작 환경이 이제야 바뀌고 있지만 배우들이나 시청자들의 힘으로 이뤄낸 건 아닙니다. 중국 자본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죠. 차태현은 “사전 제작 드라마들이 꼭 잘 돼서 배우와 제작진이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드라마를 많이 만들 수 있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드라마의 사전 제작 방식은 과연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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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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