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세로 영상이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감상하기에 최적화된 세로 영상은 단순히 신선함을 넘어 영화와 신곡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영화 ‘날, 보러와요’의 티저 예고편이 세로 영상으로 공개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상에는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하던 배우 강예원이 낯선 남자들에게 갑자기 끌려가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보는 화면과 비율이 똑같아서 실제 납치 현장을 목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영화 예고편이 세로로 제작된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날, 보러와요’의 홍보 관계자는 “보통 예고편은 영화의 주요 장면으로 제작된다”며 “하지만 모바일 홍보를 위해 별도로 세로 예고편을 기획해 촬영했다. 첫 시도였지만 온라인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가요계에서는 세로 영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계와 달리 가요계는 모바일로 영상을 보는 젊은 세대가 주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공개된 그룹 에픽하이의 ‘본 헤이터(Born hater)’, 마마무의 ‘걸 크러쉬(Girl crush)’부터 지난 3일 공개된 EXID 솔지, 하니의 듀엣곡 ‘온리 원(ONLY ONE)’까지 꾸준히 세로 영상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요계가 세로 영상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인물을 담기 좋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과거의 미술 작품들도 풍경화는 가로 비율, 초상화는 세로 비율로 그려진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인지 가수의 팬들이 좋아하는 멤버를 직접 영상에 담는 ‘직캠’ 영상의 경우 세로 영상이 주를 이룹니다. 쥬스TV와 네이버 V앱 등에서도 가수의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혹은 아이돌 멤버와 영상 통화하는 느낌을 주는 세로 영상을 제공해 팬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습니다.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세로 영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는 지난해 7월 세로 전체화면 모드가 가능하도록 업데이트를 단행했고, 판도라TV도 세로 전체보기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세로 비율을 기본으로 하는 동영상 SNS 페리스코프(Periscope)가 인기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지난 1~6일 페리스코프를 이용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눠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세로 영상은 이제 막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세로 비율의 영화 예고편은 정식 영상은 아니었으며, 뮤직비디오도 1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세로 영상이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미국 벤처투자사 KPCB는 ‘2015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세로 화면으로 제작된 동영상 광고를 끝까지 보는 비율이 가로 영상보다 9배 높다”며 “모바일 시대가 되면 가로 화면보다 세로 화면으로 동영상을 소비하는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옆으로 넘겨서 보는 만화책 대신 아래로 내려 보는 웹툰에 익숙해진 것처럼 언젠가는 세로 화면으로 찍은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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