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유명배우가 ‘차려진 밥상에 수저하나 얹었다’는 말로 소감을 말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다른 이들의 수고에 감사하다는 인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주에서는 그 수저 하나만으로 배고픔을 해결하던 때가 있었다. 낭푼밥상이라 이름하는 상차림에는 밥그릇이 따로 필요 없었다. 큰 놋그릇이나 양푼에 보리밥 가득 퍼 놓으면 그것이 모두의 식사였다. 지나가던 동네 삼촌들도 수저 하나 들고서 끼어 앉으면 그것이 식사가 됐다.
제주여인들의 바쁜 일상은 부엌일을 어렵게 했다. 바다에서의 물질도, 밭에서의 김매기도 해 뜬다 싶으면 저물기 일쑤였다. 그 때는 큰 그릇에 밥 가득 담고 그저 텃밭에 있는 것들에 된장 한 사발 퍼 놓으면 그것이 밥상이었다. 가족만의 밥상이 아니라 함께 한 모든 이들의 밥상이었다. 수저하나 들고서 앉으면 그만이었다.
제주에는 세 가지가 없었단다. 도둑이 없고, 거지가 없었다. 당연히 대문이 없었다. 제주는 척박한 땅이었다. 당연히 먹고 살기 궁핍할 것인데 거지가 없었단다. 낭푼밥상이 다 같이 둘러앉게 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풍요지수와 행복지수는 비례하지 않는단다.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제주는 지금도 행복할까? 수저하나 들고서 다시 둘러앉을 수 있는 삼촌들이 그립다.
<류덕중 쿠키뉴스 제주취재본부 객원논설위원·대정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