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8일 한국국학진흥원은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산하 교육연구 소위원회(위원장 Lothar Jordan-로타르 요단[독일])와 업무 협약식을 갖고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KMoW KC : Korean Memory of the World Knowledge Center)’ 설치를 공식화 했다.
2015년 10월 IAC총회에서 결정된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 설치의 첫 사례가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로 가시화 되었고, 그 지정을 한국국학진흥원이 받게 된 것이다.
유네스코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 프로그램의 첫 사례가 되면서,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과 의미를 가장 먼저 개척해야 하는 기관이 되었다.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등재가 빠르게 확대되고, 관심은 높아졌지만, 등재 이후 낮은 활용성과 세계기록유산에 대한 낮은 접근성은 개선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기록유산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활용하고 싶어도, 대부분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것 역시 문제가 되었다. 이 때문에 IAC는 세계기록유산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하여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자료로 제공하고, 연구와 교육 목적을 위한 자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세계기록유산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 활용성을 증대 시켜 가려 했다.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는 바로 이러한 목적에서 설치가 되었다.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는 3단계로 설치되어 운영되는데, 첫 번째 단계는 국제, 두 번째 단계는 지역별,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국가별이다. 국제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는 IAC 교육연구 소위원회에서 직접 관할을 하고, 지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또는 라틴·아메리카 지역과 같은 거대 지역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국가별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인데, 이번에 한국국학진흥원은 바로 이 단계, 즉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로 지정되었다. 세계 최초이다.
이를 통해 한국국학진흥원은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을 알리고 여기에 대한 연구자 및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접근성을 제고해야 임무를 부여받았다. 동시에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 세계기록유산 프로그램을 확산해 가는 것도 중요한 일로 떠올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원래 훼손 및 멸실 위기에 처한 민간소장 기록자료의 수집과 보존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설립 20년을 맞아 한국국학진흥원은 현재 민간소장 기록자료 44만 5천여 점을 소장한 전국 최다 국학자료 소장기관으로 성장했다. 초기 민간소장 기록자료의 가치에 주목하지 않았던 탓에 여전히 자료량에서는 압도적이지만, 자료의 가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러한 이유에서 민간소장 기록자료가 가진 가치를 발굴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작년인 2015년 10월 10일 유교책판 718종 64,226점은 인류가 보존해야 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인정받았고, 올해 5월 19일에는 ‘한국의 편액’ 550점이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으로 한국 최초 등재되었다.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1점과 20종의 보물, 그리고 다수의 지정문화재 역시 민간소장 기록자료의 가치 발굴 과정의 결과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와 같은 민간소장 기록자료의 가치 공유를 위해 다양한 연구와 번역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연구자 및 일반인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DB구축에 많은 역량을 투입해 왔다.
유교책판과 한국의 편액을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작업부터, 대표적 민간소장 기록자료인 일기류나 문집, 고문서 등을 DB로 구축하는 작업을 꾸준하게 진행했다.
또한 이 같은 자료의 가치를 대중들과 공유하기 위해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민간소장 기록자료를 중심으로 한 활용성 제고를 위한 콘텐츠 제작까지 진행했다. 훼손 및 멸실 위기의 민간소장 기록자료에 대한 수집․보존을 넘어 그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현대인들과 공유하기 위한 작업들을 해 왔던 것이다.
세계 최초인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 설립을 위한 협약식에서 로타르 요단 IAC 교육연구 소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의 뛰어난 세계기록유산 프로그램과 한국국학진흥원의 이 같은 기록유산 보존 및 활용 노력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국학진흥원은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프로그램이 지향하고 있는 기록유산의 보존과 활용,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교육이 자체적으로 운영되었던 것이다. 민간소장 기록자료의 공적 기탁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 발굴 노력을 통해 기록자료의 가치를 대중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최초의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 지정은 한국국학진흥원의 이 같은 20년 노력에 대한 평가였다.
이제 한국국학진흥원은 경상북도를 넘어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을 홍보하고 교육하며, 누구나 세계기록유산에 대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기관이 되었다.
마카오에 비해 2주 빨리 지정 되면서, 세계최초라는 명예도 얻었다. 그러나 한국국학진흥원의 업무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여전히 기록자료를 수집하여 후세대에게 넘겨주는 작업과 이 기록자료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발굴해서 국민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기록자료의 가치를 방문객들에게 알리고 교육하며, 교육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기록유산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공교육 과정을 만드는 데도 매진할 것이다.
이러한 일은 원래 한국국학진흥원의 중요 미션이었으며,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로 지정받은 이후에는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좀 더 나아가 현재 13개 세계기록유산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좀 더 세계기록유산에 다가설 수 있도록 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많은 사람들의 동의 속에 이 일을 진행하는 일은 추가되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처음부터 기록유산의 가치에 주목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선현들이 남긴 우리의 기록들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그 가치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알리는 일 역시 지금까지 우리의 중심 업무였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일은 한국국학진흥원 또는 경상북도 차원의 일이 아니라, 세계인들의 기록유산 관련 프로그램 속에 포함되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설립 목적에 따른 최선의 노력은 세계 최초의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 설립으로 나타났다.
이제 한국국학진흥원은 이 일을 좀 더 체계적이고 활발하게 전개하여, 세계 최고의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가 되는 일만 남았다.
세계 최고의 기록유산 수집 및 보존 기관으로서, 그리고 이를 세계인들과 공유하면서 기록유산의 가치를 알려가는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가 앞으로 한국국학진흥원이 만들어 갈 미래가 될 것이다.
<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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