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숨고르기… 이랜드 ‘큰 그림’은 제대로 그려질까

상장 앞둔 숨고르기… 이랜드 ‘큰 그림’은 제대로 그려질까

기사승인 2017-04-04 05:00:00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이랜드그룹이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고 선제적인 기업구조개편을 단행한다. 이러한 숨고르기를 통해 부채율을 끌어내리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상장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3일 이랜드그룹은 이날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와 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상무는 “이랜드리테일에서 이랜드파크를 완전 분리하는 기업구조 개선을 통해 완전한 유통법인으로서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움직여 상장을 추진하고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르면 내년 6월경 (상장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갈 길 먼 이랜드, ‘악재’ 발목까지
 
이랜드리테일은 총 매출 5조원, 전국 53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유통법인으로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당시 이랜드리테일은 자기자본·매출액 등이 상장심사 간소화 요건을 충족해 5월경 상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자회사인 이랜드파크의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미뤄졌다.

여기에 2010년 이후 성사된 20여건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가면서 한국신용평가가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에 따라 이랜드는 주력 의류브랜드인 티니위니를 중국기업에 8770억원에 매각하고 합정역 부지, 마곡상가 부지를 매각하는 등 부채비율을 240%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랜드그룹은 1~2분기 내 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추가 매각해 부채비율을 연내 200% 아래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 상무는 “여기에 저효율 브랜드, 즉 수익은 나고 있지만 주력으로 밀기에는 다소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브랜드를 500억원 규모로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 상장 위한 숨고르기… 기업구조개편 단행

이랜드그룹은 상장에 앞서 이랜드파크를 이랜드리테일로부터 분리하는 등 선제적 기업구조 개편을 먼저 진행한다.

먼저 이랜드리테일의 지분을 6000억원에 매각한다. 매각되는 지분은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63.5% 지분과 하모니에이앤지제일차가 보유한 34.5%로 전량 RCPS 상환우선주로 이뤄져있다. 해당 지분 매각을 위해 주간사인 동부증권과 사모펀드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외부 투자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이랜드리테일의 최대 주주는 컨소시엄으로 변경되나 경영권은 이랜드리테일에 위임된다.

이랜드월드는 이렇게 확보한 6000억원 중 3000억원은 먼저 이랜드리테일의 RCPS 상환에 사용한다. 또 2000억원은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파크 지분을 전량 매수한다. 따라서 해당 작업이 완료되면 이랜드파크는 이랜드리테일의 자회사에서 이랜드월드의 자회사로 변경된다.

이랜드그룹 김보걸 자금유치본부장은 “이랜드리테일에 이랜드파크 등 레저와 외식 사업이 자회사로 붙어있어 상장 시에 저평가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랜드파크를 떼어내고 ‘유통법인’으로서 상장을 진행해 본질적인 가치를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월드를 순수지주회사로 하는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도 준비한다. 이랜드는 현재 해외를 포함해 160여개 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랜드파크와 이랜드리테일의 지분 이동 등이 마무리되면 이랜드월드 내 패션사업부를 독립법인화 해 이랜드월드를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한다. 이후 계열사간 합병을 통해 법인을 40여개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 상무는 “구조개선이 이뤄지면 재무개선 등 재무융통성이 커져 이랜드리테일과 월드, 이랜드파크 등 계열사간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면서 “세세한 부분은 일이 진행됨에 따라 변경될 수 있겠지만 큰 그림 하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관련업계에서는 이랜드의 상장이 재차 연기된 것이 악재로 작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랜드는 2004년과 2008년 이랜드리테일·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의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가 예상만큼의 공모가가 맞춰지지 않아 상장을 포기한 바 있다.

또 한국기업평가가 이랜드그룹에 대한 재무개선 계획을 재검토해 신용등급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그린 그림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상장에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우선 첫 걸음인 한국기업평가 신용등급 결정이 차후 흐름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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