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웃고· CJ푸드빌 울고‘… 수제버거 시장에서 희비 엇갈린 대기업

‘SPC 웃고· CJ푸드빌 울고‘… 수제버거 시장에서 희비 엇갈린 대기업

기사승인 2017-04-06 05:00:00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수제버거 시장에 진출한 외식대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쉐이크쉑과 맘스터치가 수제버거 시장에서 합격점을 받은 반면 CJ푸드빌과 아워홈 등은 사실상 사업을 철수했기 때문이다.

◇ ‘프리미엄’ 앞세웠던 수제버거 시장이 못 큰 이유는?

1998년 처음 수제버거 전문 매장으로 시장에 진출한 크라제버거는 초반 전국 100여개 매장을 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러나 기존 프랜차이즈 버거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사며 부침을 겪었다. 크라제버거 매장은 국내·외 포함 10여개로 줄어들었다.

모스버거 역시 2012년 잠실롯데점 1호점 오픈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전체 매장 숫자는 13개 남짓하다.

수제시장에 진출했던 기존 식음료 기업들 역시 쓴 맛을 봤다. 아워홈 버거헌터(2010년), CJ푸드빌 빕스버거(2011년), 매일유업 골든버거리퍼블릭(2011년) 등은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관련업계에서는 당시 수제버거 시장이 크지 못한 이유를 가격경쟁과 햄버거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논란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버거킹과 롯데리아 등 기존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4000~5000원으로 구성됐던 세트 가격과는 달리 만 원 안팎의 높은 가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이유로 꼽힌다.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면서 햄버거 관련사업 역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컸다.

관련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되면 매장 출점 지역과 출점 거리, 총 매장 수 등이 제한되는 등 규제를 받게 된다. 여기에 골목상권 침해라는 사회적 논란에 맞물릴 경우 모기업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CJ푸드빌 빕스버거는 2011년 쌍림동 CJ푸드월드에 입점한 1호점에 이어 2012년 인천 스퀘어원점에 문을 연 2호점이후 출점이 멈췄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푸드월드 내 하나의 ‘코너’ 형태로 입점한 것”면서 “론칭 당시에는 (매장 확장) 계획을 잡았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가격으로 인한 소비자의 외면과 정부 정책 사이에 낀 대기업이 사실상 수제버거 사업을 접으면서 시장 자체가 괴사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이후 햄버거 관련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다시 투자할 메리트를 느끼지 못해 시장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성비’와 ‘프리미엄’ 양극화로 활로

높은 가격으로 대변됐던 수제버거의 이미지를 깬 것은 맘스터치다. 기존 브랜드들과는 달리 가성비를 앞세운 맘스터치는 지난해 1000개 매장을 넘어섰다. 2004년 50여억원 수준이던 매출도 2014년 795억원, 2015년 1486억원, 지난해 2019억원으로 3년 사이 연평균 86.4% 신장했다. 영업이익도 늘어 2014년 67억원에서 2015년 88억, 지난해 16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7월 SPC그룹이 국내에 론칭한 쉐이크쉑은 수제버거 시장에 불을 붙였다. 쉐이크쉑 1호점인 강남점은 개장 한 달여만에 8만개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현재도 하루 평균 3500여개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2호점인 청담점 역시 2500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론칭 초기 높은 가격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프리미엄 버거’라는 인식이 시장에 녹아들면서 안착에 성공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쉐이크쉑 버거와 맘스터치의 시장 안착 이유를 ‘양극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가성비 앞세운 맘스터치와 프리미엄을 앞세운 쉐이크쉑으로 소비자들이 양분화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 트렌드가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값을 지불하더라도 괜찮다는 가치소비 역시 소비자들 사이에 넓게 퍼져있다”면서 “프리미엄버거에 대한 가격저항이 많이 줄어든 만큼 단순히 가격이 높다는 이유가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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