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그간 안방을 지켜오던 소주업체들이 타 지역 영업망 확대에 나서면서 전국단위 소주전(戰)이 열렸다. 과거와는 달리 ‘안방불패’ 성격이 옅어지면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해야 하는 쌍방향 경쟁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한 보해양조의 지난해 매출액은 1155억원으로 6.7% 줄었고 영업손실도 6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첫 적자전환이다.
경남지역 소주기업인 무학의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8.7% 줄었다. 영업이익도 전년 656억원에서 51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지역소주 강자인 무학과 보해양조의 실적악화는 전반적인 주류시장의 위축과 수도권 공략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각 지역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텃밭에서 벗어나 전체 소주시장의 40% 이상을 가지고 있는 ‘노른자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입성을 위해 영업망 확대를 꾀했기 때문이다.
이에 무학 최재호 회장은 2013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3년만에 경영에 복귀하며 수도권 영업을 강화한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 무학은 지난해 대전지방국세청으로부터 충북에 신규공장 설립에 대한 용기주입면허를 받았다.
무학은 2020년까지 충주메가폴리스 산업단지 8만5740㎡(2만5982평)에 건축면적 3만597㎡(9255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한다. 이는 기존 창원 2공장의 6배 규모로, 산업단지 내에 먼저 입주한 롯데주류 공장보다 크고 하이트진로 공장보다 조금 작은 규모다.
충주 공장이 완성될 경우 창원 1공장의 2억4000만병, 창원공장 3억8400만병, 울산공장 1억2000만병을 더해 연간 10억병에 가까운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충주공장단지의 경우 수도권과 가까워 물류유통에 장점이 있는 만큼 수도권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무학 관계자는 “수도권 진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상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마케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보해양조는 사실상 수도권 공략을 중단하고 내실 다지기에 힘쓰는 분위기다. 보해양조는 최근 서울사업소 마케팅인력과 영업기획 인원 등을 장성 공장으로 돌려보냈다. 영업조직도 기존 4개에서 3개로 통폐합했다.
보해양조는 2015년 말부터 이어진 저도주와 과실주, 탄산주 등을 앞세워 수도권을 두드렸지만 급변한 트렌드로 뒷심부족을 겪었다. 이후 아홉시반, 딸기라 알딸딸, 자, 몽마르지, 술탄오브콜라주, 언니네부르스 등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였지만 시장에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여기에 안방인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세를 넓혀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90%에 달했던 잎새주의 전남 광주지역 점유율은 60%대로 무너졌다. 빈 자리는 참이슬이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저도주 트렌드와는 달리 잎새주는 19도를 꾸준히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17.8도를 앞세워 세를 늘려나갔다. 지난해 8월과 올 3월 두 번의 리뉴얼을 거쳐 대표 제품인 잎새주의 도수를 참이슬과 같은 17.8도로 낮췄지만 몇 수를 내준 뒤였다. 보해양조는 당분간 안방격인 광주·전라지역을 강화하고 이후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다시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광주나 경남에서 점유율을 늘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고, 반대로 잎새주나 좋은데이 역시 마찬가지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안방을 얼마나 잘 지키면서 상대 지역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중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트나 롯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소주업체들은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해야 하는 사면초가 상황이라 전략적인 신제품출시와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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