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윤민섭 기자] SK텔레콤 T1이 6번째 롤챔스 트로피를 차지했다. kt의 기세가 자못 매서웠지만 SKT의 경기력은 이마저도 압도했다.
1세트: ‘페이커’, 왕좌의 자격 증명하다
‘페이커’ 이상혁을 위한 한 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커’였다. 라인전은 상성을 무시했고 대규모 교전에선 가장 빛이 났다. 의외의 챔피언 선택도, 자신감 넘치는 아이템 선택과 플레이 스타일도 모두 ‘페이커’로 수렴했다.
이상혁은 경기 초반 불리한 라인전 상성을 비웃듯 안정적으로 CS를 수급해나갔다. 이어 경기 6분경, 6레벨을 찍자 쉔(‘후니’ 허승훈)의 궁극기 도움을 받아 ‘폰’ 허원석의 신드라를 상대로 선취점을 따냈다. 이상혁은 이후로도 한동안 소환사 주문이 없는 신드라를 상대로 미드 라인을 거세게 압박했다.
‘페이커’의 존재감은 13분 쯤 자신들의 바텀 1차 타워 근처에서 열린 한타에서도 빛이 났다. SKT는 허승훈이 없는 상황에서 4대5로 전투에 임했다. 그러나 SKT는 이상혁의 슈퍼 플레이를 앞세워 큰 손실 없이 kt의 에이스 ‘스멥’ 송경호의 제이스를 잡아내는 등 이득을 챙겼다. 큰 무대에서 강한 그의 기지가 여과없이 나온 장면이었다.
kt는 위협적인 C·C기(군중제어기) 연계를 활용해 대규모 싸움을 유리하게 시작하는 조합이었다. 제이스를 제외한 4개 챔피언이 모두 스턴이나 제압기를 가지고 있었다. 피즈가 가장 위협적인 상대였던 만큼, 대규모 교전에서 kt의 군중제어기는 노골적으로 피즈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이상혁은 수은장식띠를 구매하지 않고 리치베인·공허의 지팡이·쓸데없이 큰 지팡이 등을 연이어 올리며 데미지 딜링에 집중했다. 특유의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성향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상혁은 경기 내내 화려한 회피와 어그로 핑퐁을 선보이며 상대방의 C·C기를 무력화시켰다. 아이템 선택의 이유를 증명한 것이다.
2세트: 기대에 부응하는 세체원
전 판에 완벽하게 캐리 역할을 수행했던 ‘페이커’가 2세트에는 특급 도우미로 변신했다. 순간이동을 들었고, 라인전에서 다소 손해를 감수하면서 아테나의 부정한 성배를 첫 코어템으로 구매했다. 이어 2번째 코어 아이템으로는 불타는 향로를 갔다. 모두 방어막의 효율을 올려주는 아이템이다.
SKT가 ‘페이커’라는 특급 선수를 지원형 라이너로 쓸 수 있는 것은 팀의 원거리 딜러가 ‘뱅’ 배준식이기 때문이었다. SKT는 2세트 밴픽과정에서 노골적인 원거리 딜러 캐리 조합을 짰다. 탑의 카밀을 제외한다면 딜러 챔피언이 없었다. ‘뱅’ 배준식이 라인전 과정에서 성장하지 못한다면 SKT는 무기력하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았다.
SKT가 그리는 그림은 뻔했고 kt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kt 바텀 듀오는 초반부터 SKT 바텀을 거세게 압박했다. SKT 바텀에 수차례 위기가 닥쳤으나 서포터 ‘울프’ 이재완과 ‘페이커’ 이상혁이 모든 지원형 스킬을 쏟아부으며 배준식을 지켜냈다.
특히 18분경 kt의 다이브 공격을 막아낸 상황은 SKT의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kt가 애쉬와 말자하의 궁극기를 모두 소진해가며 미드 1차 타워에 있던 트위치에게 다이브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바람술사의 축복을 든 룰루와 아테나의 부정한 성배를 구매한 카르마의 방어막이 순서대로 트위치를 구해냈다.
배준식 역시 안정적인 아이템트리를 선택했다. 말자하와 애쉬의 궁국기를 의식해 수은 장식띠를 두 번째 아이템으로 구매했고 세 번째 아이템으로는 광전사 군화가 아닌 닌자의 신발을 선택했다. 혹시 모를 암살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캐리 준비를 마친 배준식은 이때부터 원맨쇼를 펼치기 시작했다. 대규모 교전에서 계속해서 킬을 쓸어담았고, 은신 스킬의 장점을 살려 끊임 없이 암살을 시도하며 kt 선수들을 괴롭혔다.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 배준식은 왜 자신이 그 타이틀을 몇 년째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는지 전세계 롤 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3세트: ‘피넛’, 세계 최고의 정글러 면모 유감없이 발휘
3세트는 ‘피넛’ 한왕호의 독무대였다. 그레이브즈를 선택한 한왕호는 시작과 동시에 게임을 터뜨렸다. 게임시작 2분40초만에 3레벨을 찍고 바텀 갱킹을 시도했다. 양팀 바텀 듀오가 모든 소환사 특성을 소진해가면서 치열하게 싸웠고, 탑·미드 라이너들까지도 순간이동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왕호는 타워 다이브를 시도했다가 전사했으나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가 빛났다.
이후로도 한왕호는 전 라인에 개입해 성과를 거뒀다. SKT의 탑·미드·바텀이 전부 상성상 불리한 챔피언을 선택했기에 그의 갱킹성공은 큰 의미가 있었다. 특히 탑은 한때 CS가 2배 이상 벌어지기도 했으나 한왕호가 ‘스멥’ 송경호의 제이스를 끈질기게 괴롭히면서 어느 순간 두 라이너 간의 차이는 줄어들었다.
미드라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자 ‘폰’ 허원석의 르블랑은 버티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기본 공격과 스킬 몇 개만으로도 상대방을 잡아내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이처럼 한왕호가 전 협곡에 큰 영향력을 끼치자 게임은 급속도로 SKT 쪽으로 넘어왔다. 2세트와 마찬가지로 원딜 캐리 조합을 선택했던 SKT는 한왕호의 공격력에 힘입어 초반 불리한 상성을 뒤집을 수 있었다. SKT는 크고 작은 전투에서 모두 이기면서 kt의 주요 건물을 계속해서 철거해나갔고, 곧 3세트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yoonminseop@kukinews.com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