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비빔밥과 불고기, 김치 등 ‘우리 맛’만을 강조한 한식이 수출전선에서 체면을 구기고 있는 반면 인스턴트라고 하대했던 라면과 과자 등이 대중적인 맛을 앞세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9년 33억 달러였던 국내 농식품의 해외 수출액은 2015년 61억 달러로 84.8% 증가했다. 해외 외식 매장 역시 같은 기간 5배 가까이 늘어 4656개를 달성했다.
숫자로만 보면 우리의 맛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5000개 가까이 늘어난 해외매장 중 한식 매장의 숫자는 480개로 10.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제과와 디저트, 카페 등이 차지했다.
김치는 중국산에 안방을 내준 상황이다. 2005년 573억원이던 김치 수입 규모는 2015년 125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국내 전체 소비량의 38%의 달하는 양이다. 같은 기간 김치 수출 규모는 890억원에 그쳤다.
한국 술 막걸리 수출액도 2011년 593억원에서 2016년 144억원 75%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해외시장에서는 일본 술 사케에 밀리고 있다. 인삼 수출 역시 2014년 2064억7350만원에서 2015년 1744억8975만원, 지난해 1501억5487만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맛’을 앞세운 음식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그 사이 라면과 과자 등 인스턴트 제품들이 외화벌이에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2억9041만달러로 전년 대비 32.7% 신장했다. 사드 배치 이후 대 수출길이 좁아졌음에도 중국 수출이 94.4% 증가했으며 베트남과 타이 수출도 90.4%와 155.8% 성장세를 보였다.
과자 수출도 꾸준한 성장세다. 2015년 기준 과자류 수출액은 2억 5163만달러로 2011년 1억4098만원에서 78.5% 뛰었다.
인스턴트 믹스 커피도 몸집을 불렸다. 2009년 460억원에 불과했던 믹스커피 수출은 2015년 125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관련업계에서는 ‘우리 맛’만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대중적인 맛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세계 각국의 음식을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됐다”면서 “특정 인종이나 나라에 맞춘 음식이 아닌 고루 통용될 수 있도록 대중적인 맛을 활용한 음식·제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